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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아 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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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아 날자
  • 전민일보
  • 승인 2016.09.1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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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와 후줄근한 티셔츠, 여기에 편한 착화감을 뽐내는 검정색 ‘아디다스 슬리퍼’를 신은 채 주섬주섬 앉아있는 한 학생이 있다.

이름은 나동진(가명). 앳된 얼굴이나 그윽한 담배냄새는 나이를 가늠하기 어렵게 한다.

부모와 누나가 한 명 있지만 얼굴을 맞대고 밥 한 끼 함께 한 적은 손에 꼽는다.

선배집에 머물러 공존하기를 벌써 한 달이 넘었다. 가출은 아니다. 집에 가끔 들른다. 부모님과 어쩌다 연락도 한단다.

동진이의 강인한 생활력은 노래방부터 다음 날 호프집에 이르기까지 최강이다. 틈틈이 용돈도 자력으로 해결한다.

즐비한 차량들 사이에 시정이 허술한 차 몇 대는 슬쩍만 봐도 안다. 출출함을 달래줄 만큼의 푼돈과 체크카드 몇 장이면 된다.

여기에 익숙한 로고하나 새겨진 옷 한 벌 얻으면 금상첨화다.

법무부 전주청소년꿈키움센터 상담조사관으로 일하면서 내가 만난 동진이는 학교는 빠지지 않고 출석하지만 새벽까지 유흥을 즐긴 지친 몸으로 학교에서는 잠에 빠지기 일쑤고 하교 후부터 위와 같은 생활을 반복하는 고2 학생이다.

동진이는 생각보다 무기력했다. 돈이 없으면 돈을 빌리고 돈이 생겨 갚으면 그만이었다.

돈을 빌리고 때로는 비행하여 문신을 했고 옷을 사 입었다.

거리에서 주웠다는 타인의 주민등록증으로 담배도 사고 술집도 드나든다. 학교 졸업은 막연하기만 하고 딱히 끌리거나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은 일이 없다.

동진이를 바라보는 답답한 마음 한편으로 동진이 내면의 욕구를 무엇이 억압하고 가로막았을지 암담함과 미안함이 밀려왔다.

어떻게 환경과 일탈 안에 숨어버린 동진이를 꺼내 일으킬 수 있을까..

주변에 꿈을 찾지 못한 청소년, 꿈을 포기한 청소년, 심지어 꿈을 왜곡하려는 청소년들에게 진정한 도움은 무엇일까를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수많은 동진이들이 잃고 있는 희망과 도전을 찾도록 그리고 본질로 되돌아가 생각하기를 멈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

작은 관심과 표현에서 동진이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 하나만을 믿고 또 다른 동진이를 막을 수 있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오늘도 나는 법원의뢰 비행청소년을 면담하고 조사서를 작성하는 일을 계속한다.

동진아, 청준아 날아 보자~!

송지희 전주청소년꿈키움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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