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에 사는 주민들의 입주자대표회의를 향한 불신은 정치를 보며 느끼는 것과 같다. 정치의 불신으로 국민들이 등을 돌리면 이득을 보는 것은 결국 나쁜 짓을 하는 정치인이다. 입주자대표회의도 마찬가지다. 언론보도를 통해 부패 연루 기사를 접한 주민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채 부패한 집단일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아예 등을 돌리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보자.
지방선거 낙선 이후 아파트 동대표에 출마하고 입주자대표회장이 된지 2년이 되어간다. 건설된 지 20년이 되어가는 1910세대의 대규모 아파트의 대표회장으로 취임하게 되면서 산적한 문제의 해결과 아파트 공동체를 위한 발전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
대표회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점은 주민들의 무관심이 부패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다. 막연히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만 하고 그것의 원인이나 해결책 등은 전혀 고민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발을 딛고 사는 가장 기초인 아파트부터 참여하고 바꿔내지 않는다면 더 큰 사회를 바꾼다는 것은 희망에 불과하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먼저 참여해서 바꿔보자. 문제가 있는 사안에 대해 분노도 해보고 대안을 제시하면서 작게나마 승리의 기분을 느껴보자.
내가 사는 아파트 운영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에서는 어떤 결정을 하고 있는지 알아보자. 아파트의 가장 중요한 결정을 하는 단위는 입주자대표회의다. 대표회장 임기를 시작하고 매월 회의를 할 때마다 7~8개의 안건을 다루었다. 아파트관리업체 선정을 비롯한 장기수선계획, 청소, 엘리베이터 관리, 광고, 폐기물 처리, 화재보험, 옥상 방수공사 등 모든 계약과 주민들의 민원을 안건으로 상정하여 결정을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결정할 것도 많고 예산도 많다. 공지판에 게시된 회의의 결정 사항을 자세히 살펴보고 어떤 방식에 의해 결정되었는지 살펴보면 아파트가 어떻게 운영되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동대표로 구성된 입주자대표회의, 우리 동의 대표는 누구인지 알아보자.
아파트 동대표의 임기는 2년이고 아파트 주민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선출된 동대표는 매월 회의에 참석하고 아파트 운영에 있어 중요한 결정을 한다. 내가 사는 동의 대표가 누구인줄 파악하고 동대표를 통해 안건도 제안 해보고 의견도 전달하면서 주민의 뜻에 따른 결정이 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다.
아파트 법? 관리규약을 가지고 있자.
‘내가 사는 아파트가 잘 돌아가고 있을까? 왜 이렇게 불편하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가? 그러한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 이것은 모든 절차와 규정이 담겨있는 아파트의 법, 관리규약이다. 이 관리규약 속에는 업체 선정을 비롯해서 대표회의 운영, 관리업체 책임 등 아파트 관리에 대한 것이 모두 들어있다고 보면 된다. 상위법이 바뀌고 행정적으로 바뀌는 부분이 있으면 관리규약을 개정하고 아파트 입주민의 과반 동의를 얻어 확정한 이후 각 세대마다 관리규약을 배포한다. 우선 우리 집 어딘가에 있을 관리규약을 찾는 것이 첫 순서다. 만약 없다면 관리소에 가서 요청하면 된다. 꼼꼼히 관리규약을 읽어보고 규약의 절차에 따라 나의 불편함을 해결해 본다면 직접 경험을 통해 아파트에 사는 주민의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가장 기본 단위인 내가 사는 아파트가 투명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드는데 참여하고 부딪혀보자. 이 사회를 살기 좋게 바꾸는 것은 어느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나다.
오현숙 정의당 전북도당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