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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지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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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지킴이
  • 전민일보
  • 승인 2016.08.1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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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충격적인 기사를 읽었다. 세상에 이런 놀라운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현직 총각 검사가 자살을 했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명문대학을 나와 사법고시를 거쳐 사법연수원에 들어갔고, 법무관을 마친 뒤 서울지검에 발령을 받은 엘리트 검사가 아닌가.

우연한 기회에 나는 정신건강증진센터에서 ‘생명사랑 지킴이’ 교육을 받았다. 생명사랑 지킴이란 주위에서 자살하려는 사람을 찾아내고, 적절한 대응으로 도움을 주거나 필요한 자원을 연계하여 자살을 예방하는 사람을 뜻한다.

우리나라는 매일 38명이 죽음을 선택하고 있으며, 10년 이상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으로 인해 최후 수단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절망감이나 무력감을 느끼고 현실에서 도피하고자 할 때 보통 자살을 생각한다.

작년 여름부터 파크 골프장에서 인사를 나누던 L회원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인상 좋은 분이었는데, 뒤늦게 발견한 대장암이 말기여서 손을 쓸 수 없었다고 한다. 부인에게 파크 골프를 열심히 가르쳐주던 자상한 사람이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지인에게 들은 얘기로 몇 년 전 큰 불행을 겪었다고 한다. KAIST에 재학하던 외아들이 갑작스레 자살을 한 것이다. 얼마나 견디기 힘든 참척(慘慽)이었을까? 아마 그때 깊은 병이 들었을 거라고 짐작들 했다.

KAIST에서는 몇 년 전 로봇 영재와 과학영재고 출신 휴학생이 자살하는 등 불행한 일이 연이어 일어나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어느 관계자는 전 과목 영어 강의방식과 성적에 따른 차등 수업료 징수 등이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를 주었다고 지적했다.

자살한 검사는 유서를 남겼다. ‘일이 너무 많아 쉬고 싶다. 업무, 해도 해도 끝이 나지 않고 밀리기만 한다. 물건을 팔지 못하는 영업사원들의 심정이 이러겠지.’

형사부 소속 검사 한 사람은 하루 열 건 내외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 업무가 과중하다면 상사와 조율하던가, 아니면 조금 한가한 부서로 전출을 요구할 수도 있고, 변호사 개업을 생각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유서는 이어진다. ‘병원에 가고 싶은데, 갈 시간이 없다. 탈출구는 어디에 있을까? 한번만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검사가 사건을 대충 처리했다면 업무 부담이 적겠으나, 빈틈을 보이지 않으려는 완벽주의 검사라면 당연히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주변 사람에게 여러 가지 단서와 경고를 보낸다. 빨리 인지하고 필요한 예방조치를 취해야 한다.

자신이 겪는 심한 정서적 고통이 끝나기를 바라며, 오랜 준비과정을 거쳐 자살이 일어나기에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자살자의 50%가 살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는 연구도 있다. 적어도 이들이 자살을 선택하지 않도록 주위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하겠다. 나는 생명사랑 지킴이 교육을 꼬박 꼬박 받고 있다. 어쩌다 한 사람에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다면 큰 보람이 아니겠는가. 서로의 노력으로 자살률이 OECD의 중간쯤, 아니 꼴찌로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김현준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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