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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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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수
  • 전민일보
  • 승인 2016.08.03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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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 예배를 드리러 가는 길은 우리 가족에게 멀고도 먼 길이다.

우선 시내에 있는 교회까지 가는 거리가 만만찮다. 게다가 날밤을 새운 중증복합장애를 가지고 있는 아들을 씻겨 집을 나서려면 늘 시간에 쫓겨 허둥댄다.

예배를 마치고 귀갓길에 마트에 들러 간단하게 장을 봐서 돌아오는 길 역시 단순하지 않다. 오늘은 훈용이가 차에서 큰일을 치르고 말았다. 옷에다 큰 걸 실례해버린 것이다.

부랴부랴 집에 도착하여 욕실에서 씻기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헛바람만 샐 뿐 물 한 방울 나오지 않았다. 이장에게 전화를 했더니 통화가 되지 않아 이웃 김 선생님 댁으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배수지에 기계가 고장이 나서 2시간 후에 물이 나온다고 들었다 했다. 앞이 캄캄했다. 상수도사업소로 전화를 했더니 담당 직원이 똑같은 말을 했다. 이런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라서 여러 차례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했지만, 결과는 늘 먼 산을 보고 혼자 소리치는 격이었다.

결례인줄 알면서도 군수님께 문자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하였고 군의원에게 전화를 직접 하여 상황을 설명했다.

오래 전 단수가 되었을 때 모 직원이 “우주선도 기계고장을 일으키는 데 배수지 기계가 고장이 난 것을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며 적반하장 식으로 따졌다. 지금 세상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사고방식으로 공직을 수행하는지 답답할 노릇이었다.

단수는 얼마든지 일어날 개연성이 있다. 단수가 일어난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예고를 하면 주민이 미리 대비하여 불편한 것을 최소화할 수 있다.

문제는 예고 없이 갑작스럽게 단수가 되기 때문에 주민은 속수무책으로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요즘은 영농철과 무더위가 겹쳐 다른 때보다 물을 많이 쓰는 시기이다.

작년에 이런 일이 있었다. 아버지와 함께 500평정도 되는 밭과 350평정도 되는 소나무 밭, 정원수에 고압분무기로 농약을 하였다.

고압분무기로 나무에 농약을 뿌리면 바람에 날려 농약이 몸에 묻기 일쑤이다. 농약을 마치고 몸을 씻으려고 했더니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속사정을 잘 모를 것이다.

4년 전 상수도사업소장이었던 모 과장은 3,000만원을 들여 단수가 재발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그리고 심심치 않게 단수가 일어났다. 그때마다 담당자에게 판에 박힌 듯한 대답만 들어야 했다.

이번에도 그냥 넘기면 이런 악순환이 계속 일어날 게 뻔해 무례하게 군수님께 직접 문자를 드렸다.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느끼는 불편을 최소화하려는 군정을 펼치는 군수님께서 확인하겠다는 답변을 주셨다.

강의를 마치고 귀가하는 길에 상수도사업소장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원인을 분석한 결과 예보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 생긴 일이라고 하였다. 상황을 더 지켜본 뒤 기계를 전면 교체하는 것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했다. 우리 미래는 한 치 앞도 미지수이고 늘 변수가 상존하고 있다.

이러할지라도 단수 정도는 미리 예측함으로써 미지수와 변수를 극복하여 주민이 겪는 불편을 최소화해야 한다.

단수가 되면 불편하듯이 주민과 행정기관이 서로 통하지 않아 불통이 되면 단수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 생긴다.

단수뿐만 아니라 지역이 안고 있는 여러 현안을 원활하게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지방자치의 꽃이요 맛이자 멋이다.

최재선 한일장신대 인문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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