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유럽 인구의 절반을 사망하게 한 ‘흑사병’, 15세기 신대륙 인구의 90%를 죽음으로 내몬 ‘천연두와 홍역’, 20세기 초 인류 5000만명 이상이 사망한 ‘스페인 독감’ 등 인류는 끊임없는 전염병의 공격을 받아왔다.
인류가 멸망한다면, 전쟁과 소행성 충돌, 이상기후 등이 아닌 전염병 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21세기 들어서도 사스(2003년), 신종플루(2009년) 등 신종 전염병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최근 발생하는 전염병들은 인간과 동물이 동시에 걸리는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지난 30년간 발생한 신종 전염병 중 75%가 인수공통전염병이라는 통계도 있다.
구제역과 AI 등 인체감염이 우려되는 전염병에 대한 인류의 예방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들 전염병이 변종의 변종을 거듭해 인류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북은 고병원성 AI 상습 발병지역이다. 올해 첫 AI도 고창에서 시작됐다. 매년 AI가 발생하고 있다. 전북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가 설립됐다. 하지만 전북대학교 부설 연구소인 탓에 예산확보가 여의치 않아 지난 12월 시설 완공 이후 제대로 된 연구 실적이 없는 실정이다.
전북도는 이 연구소를 국가기관 핵심연구기관으로 육성하고자 교육부에서 농림부로 주무부처를 옮기는 것을 추진했으나, 전북대 입장에서 수용에 난색을 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2008년부터 전북대가 추진해온 사업인 탓에 농림부로 부처가 변경되면 전북대 부설의 지위가 상실할 가능성이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국가재난질병인 구제역과 AI 등 인수공통전염병 확산방지와 예방백신 개발 등 국가적인 차원에서 연구소의 역할과 기능을 확대할 당위성은 충분하다.
전북도와 전북대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나서야 한다. 부처 이기주의를 벗어나 장기적인 안목에서 연구소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인수공통전염병 연구소를 놔두고 AI연구센터를 다른 지역에 설립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 자체가 예산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전북대의 양보만 기대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전북대를 설득하고, 다른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연구소 활성화에 나설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