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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평화초 민들레 교실 유일한 공부방이자 놀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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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평화초 민들레 교실 유일한 공부방이자 놀이방
  • 소장환
  • 승인 2007.01.24 2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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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보내기 엄두 못내는 저소득-맞벌이 가정 아이들에 인기

“어, 대마(大馬)가 죽었네.”
“안돼, 안돼. 일수불퇴야.”

희원(11)이와 한살 어린 오상(10)이가 한창 바둑을 두면서 제법 바둑기사 흉내를 내고 있다. 둘이 두는 바둑은 바둑이라기보다는 ‘막아 먹기’ 수준이지만 얼굴에는 진지함과 재미가 잔뜩 들어있다.

박희원, 권오상. 이 두 아이들은 평화초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인데, 방학인 요즘도 오후에는 학교에 있는 ‘민들레 방과후 교실’에 나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오상이네 집은 어머니가 미싱 일을 하고, 아버지는 용접 일을 하기 때문에 오상이와 동생 정아(8), 정은(3)이는 저녁 늦은 시간이 돼야 부모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어린 정은이는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고, 오상이는 오전에 집에서 시간을 보내다 점심을 먹으면 동생 정아를 데리고 민들레 교실로 온다.
바둑 둘 때는 점잖기만 하던 오상이
는 공부를 하려고 책을 펴면 장난이 발동한다. 이미숙(44) 선생님이 “문제를 연필로 제대로 풀어야지”라고 하면 오상이는 “싫어요, 동생 물려주려면 깨끗하게 봐야돼요”라고 대꾸한다. 꾀가 나서 그런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대화는 너무나 편안하고 가족처럼 느껴진다.
이들이 오후 1시부터 5시정도까지 시간을 보내는 전주 평화초의 남는 교실 한 칸에는 학년반을 표시하는 패찰 대신 ‘민들레 방과후 교실’이라는 문패가 붙어있다.

민들레 방과후 교실은 지난해 4월 평화초에서 잉여 교실을 제공하고, 운영은 전주덕진자활후견기관에서 맡고 있다. 올해는 도 교육청에서 지난해 지원받은 1000만원으로 학교 1층 입구 교실 2칸에 새로 민들레 방과후 교실을 만들어 조만간 이사 갈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27명인 아이들을 50명까지 더 수용할 수 있다.

이 방과후 교실의 선생님은 학교 교사들이 아니라 전주덕지자활후견기관에서 일자리 창출차원에서 기초생활수급대상자 가운데 보육교사, 사회복지사 자격을 지닌 사람들을 선발해 소정의 교육을 이수시킨 후 파견하고 있다.
평화초 민들레 방과후 교실의 연간 운영비는 2명 선생님의 인건비와 아이들 간식비, 방과후 교실 프로그램운영비를 포함해 약 1800만원 정도.

전주덕진자활후견기관 이정득 사업지원팀장은 “전주에 민들레 교실 보육프로그램이 운영되는 곳은 모두 7개 지역이 있는데, 학교와 연계된 곳은 평화초 단 한 곳”이라면서 “학교와 연계될 경우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이 있는 곳에서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팀장은 “지난해 말 현재 민들레교실에 참여하는 아이들의 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의 경우 ‘야간보육’까지 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부모가 밤늦도록 일하면서 아이들은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또한 이 팀장은 “사회적으로 저출산의 문제가 심각한데, 지자체에서도 셋째 자녀 출산하면 돈을 얼마 준다는 식의 정책보다는 그 돈으로 저소득층, 맞벌이 부부들을 위한 실질적인 보육지원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첫째를 낳아 키우는데 어려움이 없어야 둘째, 셋째도 낳는 것”이라고 말도 덧붙였다. 소장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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