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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춤에 넋을 잃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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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의 춤에 넋을 잃다
  • 전민일보
  • 승인 2012.11.2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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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가 최근 3년간 44%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철세 서식지 주변의 잇따른 개발로 설명되고 있지만 주요하천이 파헤쳐져 서식환경이 파괴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우리나라 습지 주변 농경지에서 기계추수를 주도하기 때문에 먹이가 별로 없는데다가 잇단 개발로 서식 환경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어김없이 금강하구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겨울 한철을 빌리기 위해 가창오리들이 떼를 지어 날아드는 것이다.
수천수만 킬로미터를 부단히 날개 저어온 가창오리들은 이제 해거름 무렵 황홀한 군무를 펼쳐 보이며 우리를 유혹한다.
전북 장수에서 발원한 물이 바다와 만나기까지 천리, 금강은 하구에 이르러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른다. 북쪽이 충남 서천, 남쪽이 전북 군산이다. 그러나 강은 하나의 풍경을 함께 공유한다. 그것이 바로 철새다.
노을을 등지고“깨깨”거리며 하늘을 뒤덮는 가창오리와 이 추운겨울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활공하는 고니, 언제나 자신들의 행렬을 유지하는 큰 기러기, 언제보아도 아름다운 원앙들, 금강하구는 자신의 몸을 내어 새들의 지친 날개를 보듬는다.
새들은 이곳에서 시베리아의 한기가 풀리는 봄까지 포근한 안식을 취할 것이다.
그들이 있어 금강하구의 비단 같은 강은 더욱 아름다워진다.
수많은 종류의 철새 중에서도 이강의 주인공은 가창오리다. 전세계에 서식하는 가창오리는 70여만마리, 이중 90% 이상이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나기 때문에 더욱 애착이 간다.
시베리아의 혹한을 피해 바이칼호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남으로 부는 바람에 몸을 맡겨 천수만과 금강호 일대를 찾게 되는 이유는 먹이가 널린 드넓은 평야와 삭풍을 피해 쉴 수 있는 갈대숲, 낮 동안 놀기 좋은 강물까지 새들에게는 휴양지나 마찬가지다. 어떻게 알고 매년 찾아오는지 경이롭기만 하다.
제9회 군산철새축제가 11월 21일~25일까지 개최된다.
“자연과 인간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주제로 열리게 되는 이번 축제는 다양한 생태 체험형으로 어린이 가족단위 관람객 위주로 행사가 열린다. 다만 이맘때쯤이면 조류독감이 발생하는 원인이 철새도래지이기 때문에 걱정이 된다.
금강하구의 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북방 철새의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에 대비하여 주최부서에서는 특별 방역체제를 완벽하게 해야 될 것이다.
철새를 조망하기에는 서천이나 군산 모두가 좋다.
서천에서는 한산면에서 금강 하굿둑으로 이어지는 29번국도 좌측에 철새조망대를 설치해놓았다.
그러나 가창오리가 해거름 녘이 되어서야 군무를 펼치기 때문에 그 광경을 보기에는 서천보다 군산 쪽이 훨씬 낫다.
서천에서 군무를 볼 때는 산이 걸리고, 군산 쪽에서는 바다를 향하기 때문에 시야가 훨씬 밝고 넓다.
철새를 관찰할 수 있는 조망대를 만들어 놓았지만 금강대교 안쪽으로 가면 천혜의 지점이 된다. 바로 옆으로 나포면 들녘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창오리들이 일제히 물을 박차고 날아오르며 군무를 펼치는 모습은 가슴을 헤집어 놓는 장면이 연출되어 탄성이 절로 나온다.
가창오리의 소리는 찌르레기 떼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기보다 마치 폭풍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듯한 느낌이 들고 밀려왔다가 모든 것을 앗아가 버릴 것만 같은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가창오리들이 떠나면 하늘은 곧 어둠이 내려앉는다.
서쪽에 남아있던 태양의 붉은 잔흔도 마침내 사라지고 사위는 고요에 젖는다.
하지만 마음은 소란스럽다. 가창오리 떼에게 습격당한 마음은 여전히 두근거려진다.
자연이 빚어내는 놀라운 광경, 귀 기울이고 마음으로 담아내고 그래서 정신이 맑아진다. 철새가 기다려지고 축제 행사에 참여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현 / 군산예총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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