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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엄마와 새우 100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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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원 엄마와 새우 100마리
  • 전민일보
  • 승인 2012.11.20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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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사무실 창밖으로 강원도 고성군에서 시집온 꺽다리 소나무가 내 안구를 정화해 준다.
멍하니 바라보며 속 시원한 자태에 빠져들다 문득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하는 귀염둥이, 둘째딸 생각이 난다.
추석 며칠 전 일이다.
잘 아시는 분께서 왕새우 여러 마리를 나눠줬다.
아마 바쁜 주부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아는 분이라 챙겨줬을 것이다.
독서실에서 늦게 귀가한 딸에게 새우를 구워주면서 나름 엄마 노릇을 했다.
일단 아이가 좋아하는 새우가 있으니 며칠은 맘이 뿌듯했다.
연거푸 3일째 새우를 굽고 있는 엄마에게 새우를 먹고 있던 아이가 하는 말, 반 친구들한테 “우리집에 어떤 분이 새우를 100마리나 주셨어”라고 자랑을 했다는 것이다.
깜짝 놀란 나는 왜 그런 자랑을 친구들한테 했냐고 물었다.
친구들이 도의원 엄마가 뇌물 받았다고 생각하면 어떻할거냐고.
우리 아이의 답을 짧고 명쾌했다. “엄마! 걱정마! 엄마가 도의원인 것 반 친구들 아무도 몰라!”
왜 모르냐? 왜 말하지 않았느냐?는 물을 필요도 없었다.
어린 맘에도 세상이 정치인을 어떻게 보는건지 아는 것이 씁쓸할 뿐.
인구에 회자 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정치인과 정자(sperm)의 공통점은 바로 인간이 될 확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다.
정치인 앞에서 스스럼없이 그런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말에 함께 입 섞어가면서 맞장구를 쳐야 하는 정치인이나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적어도 정치인이 되기 전에는 들어본 적이 없는 욕들이나 말이다.
학창 시절 읽은 탈무드에 이런 내용이 있다.
공동묘지에서 묘지 안에 있는 두개골을 팔면 가장 비싼 것이 정치인이다.
그 이유는 살아 생전 머리를 너무 안 쓰고 살아서 재활용의 여지가 많다는 거다.
물론 가장 싼값으로 팔리는 것은 선생님을 하며 생을 마감한 분들이고 그 이유는 짐작 하다시피 머리를 너무 써서 낡아 버려 더 쓸게 없다는 것이다.
후자를 공감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더 역설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전자는 무심코 학창 시절 읽어 내리며 공감해 버린 내용들이 요즘에는 가끔 억울할 때가 있다.
썩 좋지 않은 머리지만 열심히 갈고 닦아 가며 쓰고 있는데.
머리만 쓰나? 평소 해 볼 기회가 없었던 육체적인 노력도 거뜬히 해내고 있는데.
우리집 가족력은 흰머리가 더디 나는 편이다.
그런데 요즘 내 머리털에 흰머리 숫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가족의 DNA 까지 변형 시킬 수 있을 만큼 목잡 다단한 세계가 바로 정치인들의 삶인 것이다.
뭐 이런 저런 푸념도 다 필요 없다.
금쪽 같은 내 자식이 엄마가 정치인임을 밝히지 못 하는데 뭘 구구절절 하겠는가?
누굴 탓하고 어디서부터 변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우리 모두의 책임이니 같이 노력하자고 하면 화날 분들이 많을거다.
여기저기서 심심치 않게 터져 나오는 크고 작은 정치인들의 구설수.
가까이에서 보면 이해되지 않을 자 용서 못 할 자 없지만 그래도 국민들이 바라는 눈높이에 차지 못 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 이다.
두루두루 존경 받는 정치인들이 많아져 나까지 덤으로 존경 받는 의원이 되고 싶다.
귀감이 됐던 선배님들을 떠올리며 더 반듯한 의원이 되고자 노력하고 싶다.
내 자식들이 친구들에게 엄마가 정치인임을 부끄럼 없이 자랑 하는 대한민국이 됐으면 좋겠다.

정진숙 / 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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