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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정취에 취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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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정취에 취해서
  • 전민일보
  • 승인 2012.11.07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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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오랜만에 산행을 계획해 친구 몇 명이서 가까운 내장산에 오르기로 했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리라는 것은 짐작했지만 물밀듯이 밀려드는 사람들 틈에 나도 한 몫을 하고 있었다.
내장산에 도착해 형형색색의 고운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은 아름다운 풍경에 빠져들었다. 아래쪽에서부터 점점 더 고운 색으로 물든 단풍 길을 따라 삼삼오오 정담을 나누며 걷는 길손들도 모두 내장산의 한 자락이었다. 길게 늘어진 등산객들의 빨주노초파남보의 무지갯빛 등산복 색깔들도 모두 내장산 고운 단풍들과 함께 동화돼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지치는 줄도 모르고 산을 오르며 중간 중간에 잠깐씩 휴식을 청하며 내려다보는 풍경들은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자아내게 했다. 무엇보다 호수를 둘러싼 빨간 단풍들과 그를 품은 또 하나의 물속의 단풍들, 말로는 표현하기 힘들어 아니 도저히 표현할 수 없어서 입을 다물어 버렸다.
여기저기서 아하! 아~ 하는 감탄소리만 들려온다. 더 이상 표현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내장산의 아름다움에 맡겨버린 것 같았다. 그저 포근히 안기어 하나가 되어버린 것이다. 몸도 마음도 복장도 모두 하나가 되어버렸다.
내가 화가라면 어떻게 스케치 할 수 있었을까? 내가 문인이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내가 사진작가라면 카메라의 초점을 어디에 맞추었을까? 좌로 보아도, 우로 보아도, 한 바퀴 돌아보아도 모두모두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어디가 더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없는 나름대로의 독특한 자태를 내뿜고 있었다.
부드럽고 조그만 예쁜 아기 손가락 닮은 빨간 단풍잎, 옛 선비들이 더위를 쫓던 부채를 닮은 노란 은행잎들, 천연의 물감을 몽땅 뿌려놓은 듯 갈색 물결이 살랑 바람을 타고 넘실거리기까지 했다. 정상에 올라 내려다보이는 풍악의 아름다움 사이로 멀리 보이는 황금들판의 넘실대는 황금물결 또한 내장산의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였다.
일상을 잘 살기 위해서는 이렇게 자연과 함께 호흡할 여유로운 시간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매번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는 일상을 변화를 줌으로써 즐거움을 더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보다도 우선순위를 주어야 할 것이다. 시간을 좀 더 잘 계획하여 짧은 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해보자. 그래서 오늘처럼 아무런 부담도, 조건도 없는 행복을 만끽 해 보자. 이렇게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 속에 나를 의탁하고 그 품에 안겨서 심호흡을 해보자.  사랑하고픈 마음이 저절로 생기고 베풀고 싶은 마음도 저절로 생겨나지 않겠는가

 

김한수 / 전주삼천초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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