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종영한 인기 주말드라마 ‘넝쿨채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에서 주인공 윤희의 대사에 중 ‘경단녀’라는 말이 있었다.
경력단절녀를 뜻하는 경단녀는 요즘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여성의 경력단절은 결혼하고 임신을 하면서 시작된다.
사회인식이 많이 변화했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임신을 하면 나가라는 무언의 압박을 받는 곳도 있고, 임신까지는 버텼다고 하더라도 출산휴가를 쓰지 못하고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거기에다 출사후 육아를 대신하기 위해 지출되는 비용과 수입을 비교하고 아이와 분리되는 상황이 모성애를 자극하는등,그렇게 자의반 타의반으로 전업주부가 된 여성들은 아이가 자란 후 재취업을 하려해도 쉽지 않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경력단절 여성의 위한 맞춤형 창업교실 같은 고식지계식 정책보다 사회적 분위기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지금까지 많은 노력들이 있어왔지만 효과가 미비하고 인식개선 또한 잘 되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 사회가 성을 Gender가 아닌 Sex로만 구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젠더는 우리식으로 말하자면 사회적인 의미의 성이다. 생물학적으로 다르게 태어난 것으로 인한 불평등을 개선하고 사회적으로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고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사회는 더 이상 엄마는 집안일을 하고 아빠는 밖에서 일을 하며 살아가는 전형적으로 남녀의 역할을 Sex로만 나눈 풍경이 일상적이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상황에서도 아직 집안일은 여성의 일이고 아이는 엄마가 챙겨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이중적인 사회적 분위기는 여성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회사에서 남성들은 여성이 업무중 아이 때문에 생기는 돌발 상황이나. 회식에 자주 빠져 멤버쉽에 문제가 생긴다 등으로 불만을 토로하지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남성들이 하지 않는 ‘아이돌보기’가 여성에게는 사회생활과 더불어 책임져야 할 일로 되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불만을 이야기하는 남성들의 아내들도 직장 내에서 그런 일들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물론 다행 스러운 것은 옛날에 비하면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좋아졌음을 인정한다.
넝굴당의 주인공 윤희는 일을 위해서 아이를 포기한다. 현실적으로 아이를 키우며 일을 해내기가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하지만 결국 임신을 하게 되고 직장에서 그만두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임신했다고 거의 왕따에 가까운 처우를 하는 것을 이겨낸다.
드라마를 미래 지향적 메시지라 생각하면 참 다행 스럽다.
지금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1.244명이라고 한다. 나라에서는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며 많은 정책과 지원을 하려 노력하고 있고 실제로 많은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정책들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얼마나 젠더 관념이 없는 단순한 정책인지도 알 수 있다. 임신한 여성들에게 엽산을 지급하고 부인과 검진을 지원하면 출산율이 높아질 수 있을까? 여성들이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는 당장 먹어야할 영양제가 비싸서도 부인과 검진비용이 부담되어서도 아니다. 일을 하고 싶어도 임신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어야 하는 불안함,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 생기는 경제적인 문제들이 합쳐진 결과이다.
애초에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신조어가 생기지 않고, 수습을 위해 이런저런 고식지계식 정책을 남발하기 전에 사회적 분위기의 조성이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를 위해서는 여성도 변화해야 한다. 권리에 당당하며 여성 스스로 다름을 인정하며 평등해 질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눈을 한쪽만 뜨고 걸으려 하면 비틀거리고 어지럽다. 사회도 이와 같을 것이다. 남성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남성과 여성 모두의 눈으로 넓게 보며 균형을 맞춰가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정진숙 / 전북도의회 도의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