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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들녁을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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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들녁을 바라보며
  • 전민일보
  • 승인 2012.11.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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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수를 한다는 것은 곧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중국 위지의“동이전”에 보면 고구려 때 동맹이라 하여 10월에 전부족이 한자리에 모여 선조“주몽신”과 그의 생모“하백녀”를 제사하고 풍성한 수확을 주신 천신에게 감사하는 농제를 올렸다고 전해진다.
옛날 소작농들은 수확한 농작물의 대부분을 지주에 바쳐야했기에 추수 시기는 자연히 계급적 분노가 끌어 오르기 쉬웠다. 중국 공산당은 이를 이용해 1927년 후난, 광동 등에서 추수 폭풍을 일으켰다.
이들은 농촌에서 수확의 의미를 계급투쟁에 이용했다. 토호와 반동적·대지주를 몰아내는 계급투쟁을 한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흘린 땀에 대해 수확의 기쁨으로 돌려주는 것을 결코 잊는 법이 없다.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이 70kg 미만으로 80kg 한가마니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밥 한 그릇이 원가로 200원미만이라니, 껌 한통 5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속된 말로 껌 값보다 못한 쌀이 농업 소득의 50%이기에 농업인에게는 생명과 같다.
이른 봄 못자리부터 모내기, 잡초제거와 병충해 방제작업까지 벼알 한알 한알에는 농업인의 피와 땀이 함께한 소중한 생명의 가치인 것이다.
수확의 계절, 온 들녘은 풍요로움이 넘치는 황금색으로 변했고 그 곡식을 거둬들이는 분주함으로 눈코뜰새가 없다.
금년에 유난히도 더운 날씨가 계속되었고 장마로, 태풍으로 노심초사 걱정을 했지만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수확물은 거짓 없는 풍요를 안겨주고 있다.
사람은 먹지 않고 살수가 없다. 우리 한민족은 5천년동안 주식으로 쌀을 먹었다. 어렵고 힘든 시절 쌀은 부의 상징이었기에 흰쌀밥으로 도시락을 싸오면 선생님께 혼쭐이 나던 시절도 있었다. 일부러 콩, 보리로 혼합된 밥을 먹으며 쌀절약 정신을 배우며 자랐다.
녹색혁명이라는 말로 통일벼를 재배하여 수확량이 급격히 늘었지만 그래도 배고픔은 여전했다.
부의 상징이었던 쌀이 90년대부터 남아돌아 정부는 물론 농협 그리고 농민과 소비자 모두에게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들녘의 황금빛이 진정한 농업인의 소중한 가치로 이어질 수 있도록 쌀 소비에 관심을 가질 때가 되었다. 소비자의 소중한 소비의 가치를 발휘한다면 농업인을 위하는 일이 될 것이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마음속 풍요를 느끼는 황금들녘을 지키고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하여 농업인의 열정과 소비자의 쌀 소비에 대한 미덕이 필요하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다가오는 시대에 먹거리인 농산물에 대한 수입개방이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쌀소비 패턴의 변화로 농업인들 어려움이 가중되는 현상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농촌을 살려야 한다.
이제 농춘문제는 농업이라는 산업으로만 풀어서는 안된다. 또한 획기적인 아이디어 하나로 농촌을 살릴 수도 없다. 몇몇 탁월한 농가의 성공사례로 농촌이 달라질 것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켜서도 안된다.
농촌문제가 그렇게 단순한 것이라며 벌써 몇 번을 살리고도 남았을 것이다.
농가 하나하나, 마을 하나하나를 어떻게 할 것인지 세밀하게 디자인해야한다.
가을의 황금들녘은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경제적 가치 이상으로 우리가 지켜야 하고 소중하게 이어져야 할 우리의 생활 그 자체인 것이다. 이맘때면 농업인은 벼 값 결정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답답한 마음으로 정부정책을 주시하게 된다.
생산비용 상승 보다는 물가안정에 비중을 두기에 수매에서 유통까지 책임지려는 대책이 없다.
소중한 쌀이 천덕꾸러기가 되지않고 농업인의 마음을 기쁘게 해줄 대책이 있어야 한다.
과감히 농업인의 입장을 함께 걱정하면서 쌀 정책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느 경제학자의“풍요 속에 빈곤”이라는 말이 되새겨진다. 아름답고 눈부신 황금들녘을 바라보며 기쁨보다는 허전함이 앞서는 것은나만의 마음일까.

오 현 / 군산예총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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