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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통로 확보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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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방통로 확보의 중요성
  • 전민일보
  • 승인 2012.10.30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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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운전자들은 그동안 운전을 하면서 주차해선 안 될 곳에 주차를 해본 적이 한번씩은 있을 것이다.
잠깐 일만 보고 나온다는 생각이나 오늘은 아파트 단지가 너무도 붐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한 이 같은 사소한 행동이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경우는 다르지만, 사소한 일이 낳는 결과가 말도 안되게 커질 수 있다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얘기를 꾸며 본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여자가 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길을 걷고 있을 때, 옥상에서 누군가가 무심코 뱉은 껌이 여자의 머리 위로 낙하했다.
맙소사! 그 여자는 오늘 20번째 소개팅에 나가는 날이었다. 항상 남자에게 차여서‘오늘이 마지막이다’는 마음으로 소개팅 장소로 가고 있던 것이었다.
껌이 붙은 머리로 상대를 만날 수 없어 미용실에 들렀으나, 여자의 머리는 이미 새집처럼 엉망이 되었다. 결국 상대방 남자는 소개팅에서 마치 살아온 인생 중 가장 다급한 일이라도 생긴 양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깨끗하게 차여버린 그녀, 돌아가는 길에 처량하게 비까지 내리고 있다. 사람들이 모두 우산을 가지고 있지만 그녀에게는 우산이 없다. 소개팅에 설레느라 깜빡하고 집에 우산을 두고 나왔다. 그 때 길가에 누가 버려놓은 깡통을 밟고 형편없이 넘어졌다. 주변 사람들은 모두 박장대소했고,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극에 달한 그녀는 그날 밤 혼자서 술을 진탕 마셨으며, 한강 대교 근처까지 택시를 타고 갔다. 그리고 그것이 그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위와 같은 극단적인 결과는 정말 사소한 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나비 효과’라고 하는데, 위에서 말한 잘못된 주차행위 역시 이와 같이 말도 안 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화재 발생 후 5분이 지나면 열이 축적도 되었다가 연소물로부터 가연성 가스가 천장 부근에 모이고, 그것이 일시에 인화해서 폭발적으로 공간 전체에 불꽃이 도는‘플래시 오버(Flash over)’현상이 나타나는데, 플래시 오버 후에는 소화기 하나면 끌 수 있던 불도 소방차 몇 대를 동원해야 할 정도로 커지는‘우도할계(割鷄焉用牛刀)’의 상황이 오게 된다.
소방당국은 화재의 이러한 특성을 잘 알고 있기에, 출동 시 화재현장까지 최대한 빨리 도착해 진화 작업을 하려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좁은 골목과 아파트 단지에 부적절하게 주차된 자동차들은 소방자동차들의 신속한 현장 도착을 저해하고 있다.
물론 소방당국에서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방통로 확보 훈련과 주·정차 단속 등의 활동을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어떤 일이든 해결을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문제를 인식하고 그 심각성을 깨닫는 것이다.
그러므로 소방통로 확보를 위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주차하는 운전자 스스로 그 당위성과 필요성을 인식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어떤 곳에 주차를 하면 안 되는지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이다.
세 가지만 예를 들어 보겠다. 첫째, 좁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주차공간이 아닌 통로에 주차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화재가 났을 때 소방 자동차가 통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어 빠른 화재진압이 어렵다. 누누이 말한‘소방통로’의 확보를 방해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도로변에서 도로 모퉁이에 주차하는 것인데, 이 경우 출동 시 빠르게 달리는 소방자동차를 보고 도로에서 주행 중인 차들이 양쪽으로 피해주기 어렵게 만든다. 이 역시 소방통로 확보를 방해한다고 할 수 있겠다.
셋째, 소화전 앞에 주차하는 것인데, 이는 소방자동차가 닿지 못하는 곳의 화재진압을 어렵게 만들어 화재를 키우게 된다. 이처럼 운전자들은 위의 장소를 포함해 항상 주차 때 주의해야 한다.
별 죄의식 없이 행한 그릇된 주차행위가 되돌릴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소방통로 확보에 대한 확고한 인식은 수많은 재난에서 우리의 피해를 줄여주는 기제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김동현 / 정읍소방서 연지119안전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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