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인들의 무한도전 _ "불가능은 없다"
-전북지적장애인복지협회 170여명 35사단서 병영체험
“우리도 할 수 있어요.”
“처음 해보는 거라 두려움이 앞섰지만 막상 군복을 입고 뛰어보니 진짜 군인이 된 것 같아요”
육군35사단 기동대대에 병영체험을 위해 방문한 도내 지적장애인 170여명의 한결같은 마음가짐이다. 지난 7일 오전 11시께, 입소식을 하기 위해 군복으로 옷을 갈아있는 이들이 줄을 지어 건물에서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군복 상의 소매를 걷어붙이고 군화대신 운동화를 신는 등 비록 복장은 엉성해보였지만 오늘 하루만큼은 군복을 입은 군인이 되고 싶은 이들이다.
“차~렷 대대장님께 경례.”
우렁찬 ‘충성’ 구호와 함께 입소식을 끝내고 병영 체험에 들어간 이들은 오후 제식훈련과 헬기레펠 참관, 물감 총을 쏘는 서바이벌, 무기류 전시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이날 병영체험 참가를 위해 군산에서 왔다는 형경환(32·지적장애 2급)씨는 “군복을 입으니 좀 덥지만 총 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며 설렜다. 벌써 3번째 병영체험이라는 고광욱(34·지적장애 3급)씨는 “참가할 때마다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체험을 마치고 돌아갔을 때 뭔가 했냈다는 뿌듯함이 밀려와 좋다”며 “이번 체험도 열심히 마치겠다”고 다짐했다.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군복 차림의 고씨는 거동도, 말투도 남들에 비해 많이 서툴렀지만 도전의지만큼은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 강인한 모습을 보여 주변을 놀라게 했다.
이들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식훈련을 거치고 서바이벌 사격도 거뜬히 소화해 냈다. 군인으로서 갖춰야할 걸음과 행진 등 기본동작을 익히는 제식훈련에서 이들은 줄도 삐뚤삐뚤, 걸음도 제각각이었지만 두 팔을 어깨 위로 흔들며 힘차게 걷는 모습에서 훈련을 통한 자신감이 묻어나왔다. 훈련도중 자신만 다른 곳으로 가버린 장애우들은 겸연쩍은 듯 재빨리 대열로 합류하는 모습에 모두가 웃음을 터트렸다.
특히 이날 3시께부터 시작한 서바이벌 사격은 이들에게 최고 인기 종목이었다. 비록 물감이 나가는 서바이벌 총으로 10m 앞 과녁을 맞히는 것이었지만 총을 들고 과녁을 쏘아보는 눈빛만큼은 웬만한 초병 못지않게 날카로웠다. 개중에는 사격에 남다른 집중력을 보이며 과녁을 명중시키는 장애인들도 많아 집중력 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전북지적장애인복지협회 (부설)전북지적장애인자립지원센터 주최로 열린 이날 병영체험 행사에는 지적장애인과 함께 우석대학교 작업치료학과 학생 70명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해 장애인들을 도왔다.
자원봉사에 나선 이태근(우석대 작업치료학과·20)씨는 “내가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막상 참여해보니 하고 싶은 의지는 있지만 몸이 불편하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돼 드릴 수 있어 뿌듯하다”며 “이분들과 이야기를 할때면 굉장히 밝다는 게 느껴져 저도 함께 웃을 수 있어 저에게도 뜻 깊은 하루였다”고 말했다.
병영체험 행사를 주관한 35사단 기동대대장은 “장애인들이 병영체험을 통해 용기와 자신감을 얻었다는 말에 보람을 느꼈다”며 “우리 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하나의 구성원으로 밝고 힘차게 생활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행사는 입소식을 갖고 서바이벌 사격과 유격체조, 헬기레펠 관람, 기념촬영 등을 거쳐 오후 4시께 퇴소식을 갖고 무사히 끝났다.
김병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