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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사랑의빵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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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사랑의빵굼터
  • 김병진
  • 승인 2012.07.24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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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빵으로 사랑을 나눠요"

 

“엄마의 따뜻한 밥 보다는 못하겠지만, 우리 빵에는 ‘사랑’이 들어 있어요”
지난 19일 오후 익산시 영등동 동초등학교 후문 근처에서는 하루 종일 고소한 냄새가 진동했다. 앞치마를 두르고 위생모를 쓴 주부 10여명이 모여 빵을 만들기 위해 각자 맡은 일을 하느라 빠르게 손을 놀린다. 물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즐거운’ 수다도 이어진다. 빵 굽는 냄새 사이로 막 구워 낸 롤케이크, 쿠기, 크림빵 등을 비닐봉지에 담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이효선(여·42)씨는 “작은 빵 한조각이지만 정성껏 만들어 전달했을 때 맛있게 먹으며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보람을 느낀다”며 “받는 것 보다 주는 게 더 아름답고 좋은 게 아니냐”고 말했다.


빵굼터에서 만들어지는 빵들은 각 봉사자들이 퇴근 후에 포장 작업을 한다. 이날은 시청 직원들로 구성된 목련 봉사단이 포장작업을 맡았다. 3가지의 빵 1,000여 개를 포장하여 세대당 6개를 한 봉지에 담아 지역별로 분리하는 작업이다. ‘저녁시간에 빵을 포장하니 당연히 식사는 빵으로 하겠지’란 생각은 큰 오산이다. 모든 것이 봉사로 이루어지는 만큼 빵은 배달되는 숫자만큼만 만든다. 오후 8시 퇴근 후의 시장기를 포장이 끝날 무렵 한 쪽에서는 라면을 끓이고, 포장팀들은 빵 컵을 씻고 청소를 한다.


지난 2005년 익산시 자원봉사자들이 빵집을 열었다. ‘사랑의 빵굼터’라는 간판도 내걸었다. 익산시는 건물부지와 재료비 운영비를 내고 나마지는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로 채웠다. 4,000여만 원에 이르는 제빵기계는 제과점을 운영하다 농사일로 전업한 김윤복(49)씨가 무상으로 기증했다. 김씨는 “중고기계로 팔아도 2,000~3,000만원을 받겠지만 점심 굶는 아이들을 위해 쓰였으면 더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흔쾌히 내놨다. 빵굽는 일은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기술자들이 동참했다. 시내 제과점에서 근무하는 제빵기술자 8명과 자원봉사자 주부들이 매주 목요일 오후 달콤한 빵을 구워낸다.

 


이들이 구운 빵은 다음날 배달봉사자들의 손에 들려 끼니를 제 때 맞추기 힘든 결식아동과 독거노인 등 500여 세대에 배달된다. 자원봉사자 150여 명이 빵집 주인이면서 종업원이고 배달사원인 셈이다. 목요일 오후에 빵을 만들면 20여명의 포장 봉사자들이 포장을 하고 금요일 아침에 배달 팀들이 익산전지역을 돌며 빵을 나눠준다.


빵굼터를 운영하며 가장 큰 문제는 배달이다. 목요일에 만든 빵을 금요일 오전에 배달해야 하는데 출근 때문에 목요일 저녁에 하는 봉사자들도 있다. 어두운 논길에 차가 빠져 고생을 하고, 시골의 노인들이 일찍 불을 끄고 인기척을 듣지 못해 다시 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한가구를 방문하기 위해 시내지역이 아닌 외곽지까지 자신의 차를 운행하며 봉사를 한다. 3~4명이 조를 이루어 농촌 가구를 방문, 외딴 지역의 경우 3시간도 넘게 걸린다. 정신지체자, 어린이,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빵 배달을 하는 김선미(여·52)씨는 “사랑의 빵 배달의 끝은 모두가 환하게 웃는 이웃사랑”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웃음으로 빵 반죽을 하고 사랑을 포장하여 익산시내 곳곳을 달린다.


특히 빵굼터는 최근 주 5일제 수업으로 주말에 학생들이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만들었다. 지역의 청소년들은 빵굼터에서 직접 쿠키 반죽작업부터 모양만들기, 오븐에 직접 굽는 활동을 한다. 이후 완성된 쿠키와 빵은 지역의 노인정과 장애인시설을 방문해 직접 전달하고 어르신들의 어깨를 주무르거나, 말벗 등이 되어주고 있다. 김형민(15·영등중 2)군은 “많이 돌아가지 않지만 내가 만든 빵을 맛있게 먹는 어르신들을 볼때면 가슴이 찡하다”며 “이웃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행동하며 실천할 때 비로소 그 의미를 더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사랑의 빵굼터 운영을 담당하는 익산시 자원봉사센터 김성호 팀장은 “사랑의 빵 수요자는 늘어는데 물가상승과 지역내 제빵기술자들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남성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술이 전수되고, 한정된 예산 안에서 빵 종류를 다양화 할 수 있는 방안 등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빵을 배달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병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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