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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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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 김민수
  • 승인 2006.10.23 20: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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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문학상을 받으려면

신영규
/수필가 자유기고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터키의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에게 돌아갔다. 한국의 고은 시인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해외 언론 등에 노벨상 유력 후보로 거론돼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낳았지만 세계문학의 높은 산을 넘지는 못했다. 작년에도 노벨상 수상후보로 거론된 고은 씨와 황석영씨 집에 기자들이 죽치며 발표를 기다렸는데 막상 영국인 극작가 핀터에게 돌아가자 실망이 컸었다. 하지만 올해 수상자인 ‘오르한 파무크’도 작년부터 유력 후보로 거론되었기 때문에 고은 시인을 비롯한 한국인에게도 머지않아 기회가 올 것으로 여겨진다.    

 한국인의 노벨문학상에 대한 아쉬움과 열망이 커지는 만큼 이런저런 분석과 제언 역시 활발하다. 문학평론가, 번역가, 국문학 교수 등 전문가들이 노벨문학상에 접근하기 위한 구체적 방략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에 관한 논의는 흔히 번역의 수준과 질에 대한 문제제기를 수반하지만, 작가들 쪽의 각성과 분발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어느 교수에 따르면 ‘1980년대식 이데올로기 소설’이나 ‘분단 문제’, 90년대 이후의 우세종인 ‘개인적 고뇌와 소외에 대한 소설들과 불륜을 미화한 애정소설’등에 외국 독자들은 관심이 없거나 적다고 한다. “우선 우리 작가들이 동시대 외국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 △비교문학적 접근을 통해 한국문학의 비전과 영역을 넓혀야 한다. △국문학자들과 외국문학자들 사이의 토론 모임을 정례화해야 한다. △한국어가 유창한 원어민을 역자로 해야 한다. △번역학 협동 과정이나 번역학 프로그램의 설치가 시급하다. 등의 구체적인 주장이 뒤를 잇는다.

 과연 노벨문학상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우리가 목을 매고 있는가. 일본이 두 차례나 받았는데, 우리는 아직 받지 못했단 말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격은 무엇이며, 한국인은 노벨문학상을 받을만한 작가가 없단 말인가. 이는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언장에는 이상주의적 작품을 쓴 사람에게 상을 주라고 되어 있다. 이 기준은 한동안 엄격하게 적용되어 작품성향이 ‘이상주의적’이지 않다고 판단된 작가들은 제외되었다고 한다. 또한 노벨문학상의 장르에는 시, 소설, 희곡만이 아니라 에세이와 연설, 철학과 역사 쪽의 저술도 포함된다. 노벨문학상의 권위를 떠나서 한국문학이 노벨상을 받을 만한 이상적 수준에 올라 있는가? 그것은 우리 작가들도 충분하다고 본다. 문제는 바로 번역에 있다.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우리말에서 풍기는 아름다움이 퇴색되고 변형되기 때문에 저자가 주고자 한 느낌을 전달할 수 없기에 노벨상의 수상이 어려운 게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다면 번역은 누가 하는가? 외국어를 배운 한국인이 하는 방법도 있고 한국어를 배운 외국인이 하는 방법도 있고, 아니면 같이 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번역된 작품은 기본적으로는 외국인들이 읽고 보는 것이므로 외국인의 시각에서 번역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유능한 외국인 번역가를 확보하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 번역가는 단순히 한국어를 잘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역사에서부터 철학, 사상, 종교 등 문화전반에 어느 정도 기본소양을 갖추지 않고서는 제대로 번역이 될 리가 없다.
번역작업은 장기간에 걸쳐 꾸준히 시행되어야 한다. 이웃 일본은 지난 45년부터 국가가 번역 사업을 지원해 90년까지 다른 나라에 2만여 종의 문학 작품을 소개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79년에 들어서야 한국문학번역원을 통해 번역 사업을 시작해서 현재까지 8백여 작품을 외국어로 번역해왔다. 너무 차이가 난다. 그러니까 일본의 작품들은 미국이나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되고 그것이 노벨문학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우수성을 담보해야 하나 분쟁지역이나 갈등이 있는 지역의 작가를 배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에서 노벨문학상은 분명 동북아와 한반도를 주시할 날이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따라서 한국문학은 올해도 세계문학의 높은 벽을 넘지는 못했지만 노벨문학상에 점점 다가서고 있다는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조만간 한국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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