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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가 잊은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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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가 잊은지 오래
  • 최승우
  • 승인 2006.09.18 1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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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에서-수확맞은 농부들

-해마다 농자재값 급등 농산물 값은 하향곡선
-시장개방 엎친데 덮쳐 풍작 이미 무의미


올해도 여느 때와 같이 풍년농사다.

농부들의 구슬땀을 먹고 자란 곡식들은 알알이 굵어지고 하루가 다르게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고 있다. 하지만 수확기를 맞은 농민들의 얼굴은 그늘만이 가득하다.

풍년을 맞은 추억 속 농촌 풍경은 마을 곳곳에서 풍년가가 울려 퍼지지만 농촌의 현실은 정반대로 한숨소리만 깊다. 해마다 오르는 농자재 값은 빚으로 허덕이는 농민들을 옥죄지만 농산물 가격은 오히려 끝을 모르고 떨어져 가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 이라던가. 

쌀 시장개방으로 수입쌀마저 밀려 들어와 농민들의 심정은 여민(餘民)의 마음과 같다.  “농사천하지대본은 아니더라도 우리 국민이 먹을 식량은 보호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 정치하는 사람들도 따지고 보면 조상들은 농사지어 먹고 살았을텐데 참 해도 너무 하는 고만. ”고창군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는 김기현(48)씨는 “풍년이나 흉년이나 우리에게는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생산비용이 판매가격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빚이 늘어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의 경우 쌀 생산비용이 높아지고 가격은 하락하면서 쌀농사 수입이 최근 10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2005년산 쌀 생산비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논 10a(300평)당 순수익은 29만1516원으로 2004년의 44만2553원보다 34.1%나 줄었으며 이는 1994년(27만8,948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게다가 FTA 협상에 따른 관세인하 및 보조금 감축, 시장개방의 가속화로 국내 쌀은 판매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국민들이 우리 것 먹을 수 있게 좀 놔두면 안 되나? 외국에서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면 힘없고 돈 없는 서민들은 싼 것만 찾을 텐데, 이제 농사는 다 끝난 거야.”

설상가상 쌀 소비량까지 갈수록 줄어들면서 쌀값 하락이 지속되고 있지만 정부는 오로지 FTA협상의 타당성만을 내세우고 있다.  또 올해 도내 공공비축용 벼 매입물량도 지난해 380여만 가마/40kg에서 올해는 260여만 가마/40kg로 줄어 농민들의 근심을 더하고 있다.

“나라에서도 안 사주는 쌀이 어디로 간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나라에서 아껴줘야 국민들도 우리 농산물을 애용한다는 걸 왜 모르는지 몰라.” 
 나고 자란 고향 땅에서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살았다는 김씨지만 각박한 세상흐름 속에서는 한계라는 것을 느낀다고 전했다.

 “농사는 이제 그만 지어야할 때가 된 것 같네, 죽어라 지어 놓으면 뭘 하나 본전도 못 건지고 팔아야 하는 걸.”
 김씨는 담배 한 모금을 힘껏 들이마시며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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