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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忙(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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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忙(망)
  • 김민수
  • 승인 2006.09.11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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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쁠 忙(망)
                 
양병우     
/ 전주우체국장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이다. 지리한 장마 그리고 가마솥 더위. 쉬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여름을 지나 서늘한 가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엔 농심 만큼이나 수확과 결실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상큼한 가을걷이도 좋지만 사노라 바쁘다는 핑계로 뒤 돌아볼 새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삶 속에서 봄, 가을같이 일하기 좋은 계절만 있다면 사람들은 일벌레처럼 살다가 자신을 돌아볼 새도 없이 안개처럼 스러지고 말지 모를 일이다.

   누구나 나면서 일은 동전의 양면처럼 가장 절대적인 관계이고, 평생 일과 함께 산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할 것 도 없이 사람들은 일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게 되며, 일 속에서 소명을 찾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뿐만 아니라 세계사적 흐름과 만인의 삶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 날로 심화되는 무한 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일과 사람의 관계가 변형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 자못 우려가 크다. 무차별적이고 적나라한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저 토마스 홉스의 지적처럼 강자가 약자를 탈취하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즉 인간이 야수가 되어 인간을 해치는 약육강식의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일이 생존의 수단으로 전락하게 되고 엄연한 승부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급기야 몸과 정신을 망가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기우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40대 사망률이 제일 높은 국가라는 사실 하나만 보더라도 우리만큼 바쁘게 사는 민족도 흔치 않고, 또 일의 중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물론 이렇게 몸을 사리지 않는 저돌적인 일의 자세가 세계 10위권을 넘나드는 경제대국의 토대가 되었다고 여겨지나 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모든 것이 일 중심이라는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주 쓰는 용어 중에 바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바쁘다를 한자로 쓰면 망(忙)이다. 한자의 바쁠망(忙)은 마음심(心) 변에 죽을망(亡)자를 쓴다. 즉 망자(忙)는 마음이 죽은 것을 뜻한다. 바쁘다고 해서 단적으로 마음이 죽었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하루하루 숨 가쁘게 살아가는 삶 속에서 마음을 잃어버린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닌 지 한번 곱씹어 볼 말이다. 자기 숨도 알아채지 못하고 정신없이 살다가 이슬처럼 살아지면 무슨 소용이랴? 

  이제 우리는 일과 동시에 바쁜 이유 하나만으로 평소 무관심하고 잃어버렸던 다양한 가치에 대하여 눈떠야 한다.  삶이 일한 대가로 받는 돈에 의해서 성패가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사람 되고 자아를 실현해가는 과정에서 좌우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는 다양한 문화 또는 정신적 가치를 표방하고 보다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추구하는 프로그램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리하여 바다이야기와 같이 사행성 게임이 우리사회를 좀먹는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사회를 구속하는 부정적인 양태에서 탈피하여 일이 곧 천직(天職)이 되고 삶을 영화롭고 풍요롭게 하는 수단으로 방향전환 되어야 할 것이다. 사람이 놀기만 하면 소가 되고 일만 하면 도깨비가 된다했다. 어쩜 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지난 여름이 잃어버렸던 나를 다시금 보게 하고 도깨비가 아니라 사람으로 살라고 나를 깨우치게 하는 신의 선물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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