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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의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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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의 변신
  • 전민일보
  • 승인 2010.02.0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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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밀다, ‘2010년 경인년(庚寅年)’ 60년 만에 찾아온다는 백(白)호랑이띠의 해로 좋은 날 기약합니다. 일시무시(一始無始), 널리 모든 생명을 이롭게 하소서.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 모든 사물을 자유롭게 보게 하시네. 지장보살, 아수라 중생들의 8가지 고통을 구제하시네. 문수보살, 최고의 지혜와 용맹과 위엄으로 무장하라 하시네. 약사여래, 삼라만상의 온갖 병을 치료해 주시네. 비로자나불, 어서 가서 두루 세상에 밝은 빛 비추라고 호령하시네. 온누리에 부처님의 꽃비가 가득 내렸으면 더 없이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두 눈으로 부처님의 자비를 감지하게 하옵시고, 두 귀로 부처님의 음성을 듣게 하옵소서. 온누리에 희망 가득 하니 고맙습니다. 모두가 정법(正法)으로 수양을 거듭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부처님이 되는 게지요.
 선화작가 자성(子成, 또는 道峰 도봉) 은금상씨의 달마도엔 ‘성급하게도 나른한 봄꿈에서 빨리 깨어나 새 희망을 노래하라’는 느낌으로 슬며시 다가옵니다. 억센 매부리코에 부리부리한 눈, 풍성한 눈썹과 콧수염, 그리고 ‘한 일(一)’자로 꽉 다문 입. 달아 오른 장단에 신들린 고수(鼓手)처럼 점점 길게 점점 더 강한 듯, 연속적으로 소성한 달마가 나그네를 바라보면서 집요하게 영원의 진리를 갈구하라고 종용하네요. 지상에서 얻은 지식이며, 크고 작은 가슴앓이까지도 모두 훨훨 벗어 던져 비우라는 달마대사의 가르침입니다. 그대여! 진정으로 말하노니, 붓끝으로 일갈한 선(禪)의 가르침, ‘참나’를 찾는 길 함께 가지 않으시려오. “‘무심필(無心筆)’의 자세로 작업에 임하고 있는 만큼 극락정토가 따로 있나요. 모든 사람들이 달마대사처럼 둔갑을 잘 해야 반야선(般若船)을 타고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날마다 좋은날을 기약할 수 있는 법이지요”
 달마대사는 남인도 향지국의 셋째 왕자로 태어나 대승불교의 승려가 된 인물로, 520년경 중국에 들어가 9년간 면벽 좌선을 통해 깨달음을 얻은 후 선종을 창시하게 됩니다. 달마대사의 원래 수려했던 얼굴이 지금의 못생긴(?) 모습으로 바뀐 것은 인도를 출발하여 중국으로 오던 때라고 합니다. 달마대사가 어느 날, 한 곳을 걸어가다가 사람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커다란 구렁이 한 마리가 길가에 가로 놓여 있어 사람들이 감히 이를 타넘어 가지 못한 채 모여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답니다. 죽은 지 오래돼 썩는 냄새가 진동을 했구요. 이에 달마대사는 숲 속으로 가서 몸을 벗어 놓고 영혼만을 가지고 뱀에게로 왔습니다. 그의 영혼은 이윽고 구렁이 몸 속으로 들어갔고, 구렁이를 움직여 멀리 개천가로 옮겨 놓았지요. 때마침 라마승 한 분이 숲 속을 지나가다가 잘 생긴 육신을 보게 됩니다. 평소 자신의 몸이 못 생긴 것을 유감으로 생각했던 라마승은 자신의 것을 벗어 놓고, 달마대사의 육신에 영혼을 넣어가지고 떠나갔던 것입니다. 달마대사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영혼을 라마승의 못생긴 육신 속에 넣을 수 밖에 없었구요. 그로부터 달마대사의 형상이 현재의 그림에서 표현되듯 못생긴 모습을 하게 된 것이지요.
 ‘보고도 보지 못하고(見之不見)/만나고도 만나지 못하고(逢之不逢)/말하고도 말하지 못하였도다.(遇之不遇)/예나 이제나 이를 원망하고(今之古之)/이를 한탄하고 또 한탄하노라.(悔之恨之)’ 달마대사는 그렇게 땅에 묻혔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3년이 경과한 어느 날, 위나라의 송운이 인도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파미르고원에서 달마대사를 만났다고 합니다. 송운은 망령을 보았던 것일까요.
 우리는 달마대사처럼 하루에도 여러 번 둔갑의 귀재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전래동화 ‘쥐 둔갑 타령’이 있을라구요. 지식이 아닌, 지혜를 가지고 삶을 살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물론 세상의 꾀가 곧 지혜의 실체는 아니지요. 지혜를 갖고 살면 장수를 기약합니다. ‘지혜는 진주보다 귀하니 너의 사모하는 모든 것으로 이에 비교할 수 없도다. 그 우편 손에는 장수가 있고 그 좌편 손에는 부귀가 있나니 그 길은 즐거운 길이요, 그 첩경은 다 평강이니라. 지혜는 그 얻은 자에게 생명나무라. 지혜를 가진 자는 복 되도다.(잠언 3장 15 - 18절)’
 6월 지방선거를 4개월 여 앞두고 오늘(2일)부터 전북도지사 및 전북도교육감선거 예비 후보자 등록이 시작돼 여야의 불꽃튀는 6월 대전(대첩)의 서막이 오릅니다. 19일부터는 도, 시의회와 시장, 군수 등 입후보자들의 예비 후보 등록도 시작됩니다. 그들은 저마다 정신없이 사방팔방을 다니면서 달마의 화려한 변신을 꿈꾸겠지요. 정녕코, 그대들은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을 제대로 알고 출마를 결정한 것입니까. 얼음 꽃 하얗게 핀 바위 틈새에도 푸른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면 그 해답을 충분히 얻을 것도 같네요. 커다란 빨간 굴뚝이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신심(信心)만큼이나 커보이는 오늘. 경기전 대숲에 이는 바람 고운 울림으로 스쳐 지나가면서 ‘나는 어떤 모양의 달마인지 곱씹어보라’고 소곤소곤 일러주네요.

문화/교육부장  /  이 종 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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