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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는 고추... 타는 농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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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는 고추... 타는 농심
  • 최승우
  • 승인 2006.08.20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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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고창 고음 고추 고사현장>
-애지중지 돌봤는데 이유도 모른채 시들시들
-관내 55%가 역병 등으로 고사... 피해 확산
-9000여 농가중 5900여곳 생계론란 직면
-정부에 재해인정 요구... 보상 여부 불투명

“자식처럼 애지중지 길렀는데 전부 다 말라버렸어, 병충해 걸릴 일 없다고 해서 풍년 날거라고 믿었는데 말이야.”
 고창군 공음면의 한 고추밭.

 열 마지기에 달하는 드넓은 밭에 심어진 고추가 모두 누렇게 말라 죽었다.

 여느 해 이맘때 즈음이면 붉게 자란 고추를 따기 위해 밭고랑 사이마다 분주한 발길이 이어져야 하지만 올해는 수확할 고추가 없다.

 “도대체 왜 말라죽는 것인지 알 수가 없으니 내 마음이 오죽 답답하겠는가, 비료며 농약이며 돈은 돈대로 다 쏟아 부었는데 올해 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걱정이구만.”

 고추밭 주인 이귀범(70)씨는 먼 산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지었다.

 지난 4월, 병충해에 강한 좋은 종자라는 종묘상의 말에 큰 기대를 갖고 파종했던 이 씨.
 하지만 새 종자는 이 씨의 뜻과는 달리 무럭무럭 자라지 않았다.

 푸른빛을 띠며 자라야 할 줄기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노란색으로 변했다.

 10년이 넘도록 고추농사를 지어온 베테랑 이 씨도 비료며 농약이며 고추가 자라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방법은 모두 동원했지만 고추는 계속 시들어갔다.

 이 씨의 밭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고추종자를 파종한 주변 이웃들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뿌리가 시커멓게 썩고 줄기와 가지는 바짝 말라비틀어진 채 고추대에 매달려 죽어가고 있다. 

 1,865ha에 달하는 고창지역의 고추밭 중 절반이 넘는 55%가 역병 등 생육조건 불량으로 말라죽고 있다.
 지난 7월, 고창군이 피해조사를 실시한 이후 한 달여도 채 되지 않아 피해지역은 12%가 증가했다.
 9,000여 고추농가 중 5,900여 농가가 당장 생계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군 당국은 전북도와 농림부에 피해신고를 접수하고 이 같은 피해를 재해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피해 보상여부는 미지수다.

 집중호우나 장마 등으로 침·관수 피해가 있을 경우 재해지역으로 지정받을 수 있지만 올해의 경우 고추농가 외에는 장마로 인한 별다른 피해가 없기 때문이다.

 고창농업기술센터가 고추의 고사원인을 조사한 결과 역병 등의 질병과 함께 토양수분과다로 인한 뿌리기능 약화와 과도한 일조량으로 인해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재해지역 지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설사 재해지역으로 인정된다고 해도 지난 1월 개정된 자연 재해법으로 인해 소규모 농가들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피해금액이 50만원 미만이거나 800평 미만의 대지에서 발생한 농작물 피해에 대해서는 재해로 인한 피해라고 할지라도 보상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창지역 5,900여 피해농가 중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농가는 15%도 되지 않는 800여 농가에 그칠 것으로 군 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도와 농림부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하지만 재해지역으로 지정받아도 지난 1월 개정된 자연재해법으로 인해 7~800여 농가만이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 뿐 나머지 소규모 농가들의 지원은 불가능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창=임동갑 기자 · 최승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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