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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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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
  • 윤가빈
  • 승인 2006.08.1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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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
            
양병우 
/전주우체국장

   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 논어 미자 제18편에 있는 공자의 말씀으로서 오랫동안 같이 일해 온 사람은 큰 잘못이 없으면 버리지 말고 한 사람에게서 모든 재능이 갖추어지기를 기대하지 말라 뜻이다. 어떤 일이 잘못 됐을 때 내 탓 보다는 남의 탓으로 돌리기 좋아하고, 사촌이 논 사면 배가 아프다 옛말처럼 남 잘되는 것이 못마땅한 사회 풍토 속에서 사회의 질서와 삶의 규범을 정해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해 12월부터 불거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황우석 교수 논문 의혹사건이나 2일 논문 표절과 중복 게재 등 의혹으로 사퇴한 김병준 교육부총리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사회 분위기는 그 사람들이 가진 능력이나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도덕적 흠결 하나에 명운을 가르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크다. 물론 일반 국민과는 달리 사회 지도층 인사는 그 사람의 능력 못지않게 높은 도덕적 자질이 요구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현재와 미래의 중대한 사안을 두고 과거의 한두 가지 과오에 무조건 그 사람을 단죄하는 것은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닌가 싶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인간이 정한 도덕률과 법률에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회가 기계화 물질문명화 되면서 인간의 의식 및 판단 역시 기계화 표준화되고 유행병처럼 시류에 끌려가는데 있다. 잘나가는 기업이 만든 핸드폰이 스텐다드가 되고, 유명 연예인이 착용한 의복이 그 시절을 풍미한다. 아침에 보는 신문 또는 뉴스가 여과 없이 그 사람의 영혼을 지배하는 것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인 잣대보다는 몇몇 사람의 여론 주도층에 의하여 정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선거철만 되면 난데없이 무슨 당이네, 어디 출신이네 하면서 선심쓰는척하는 사람들에게 투표하는 일이 되풀이 되는 것을 봐도 그렇다.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사람에 대한 판단과 정죄는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한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틀린 것은 아닌 것 같이 사람에 대한 판단에 있어 무조건 생각대로 밀고 나가는 건 무척 위험한 일이며 무슨 유행처럼 이를 수용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 만든 두뇌산업화, 지식정보시대에 두뇌력이 국가의 운명을 가르는 현실 속에 자칫 사람에 대한 그릇된 판단이 사람을 잃고 또 그 사람이 없으므로 희망마저 잃어버릴까 두렵기까지 하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이는 사람 쓰는 것이야 말로 모든 일에 으뜸이라는 말로서 인사정책의 중요성을 더 없이 강조하고 있다. 한 사람이 있어 그 나라를 살리기도 하고 한 사람이 없어 그 나라가 망가질 수 있는 것처럼 사람 쓰는 일에 신중해야하고 판단하고 정죄하는 일에는 더더욱 신중을 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앞서 말한 「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 한사람에게 모든 것을 구하지 말라 공자의 말씀이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어쩜 우리 사회는 굳이 지도층이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속에서 내가 아는 사람들에 대하여 턱없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일백 퍼센트 완전한 사람은 없다는 것이다. 둥근 돌은 둥근 대로 쓰고 모난 돌은 모난 대로 쓰면 된다. 나다니엘 호오돈의??큰 바위의 얼굴??에서 어니스트가 그토록 기다리고 그리워하던 그 큰 바위의 얼굴이 마치 자기 자신이었던 것처럼 부족한 그 사람이 우리가 바라던 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정죄보다는 관용과 기회를 주는 것은 어떠할까? 또한 우리 조직이나 직장에서 사람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커 낙담하고 서로 상처를 주는 일은 없는 지 자문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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