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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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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들자
  • 전민일보
  • 승인 2024.06.25 09: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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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정말 사랑하는 할머니를 하늘나라로 떠나보내며 한 가지 중요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결국 땅과 흙으로 돌아가며, 출산율 감소로 인한 인구 소멸은 당연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마을이 소멸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그러나 할머니를 잘 떠나보내는 방법은, 할머니의 삶과 이야기를 기록해두는 것이라 생각했다. 후대에도 할머니가 어떤 분이셨는지를 계속 이야기하고 기억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역도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이 소멸할 것이라면 우리가 사라질 것들을 잘 기록해두어야겠다는 생각으로, 현재 지역의 사라져가는 가치들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소멸을 바라보며 회의적인 마음으로 “어차피 사라질 텐데"라는 자세로 지방 소멸을 바라본다면, 정말로 소멸로 갈 수밖에 없다.

인류가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하는 환경에 맞게 진화했듯이, 마을과 지역도 진화해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이 생각은 일본의 가미야마 마을을 방문하고 나서 더욱 확고해졌다.

이 마을에서는 행정과 민간이 연대하고, 작은 것과 작은 것을 연결하면서 마을이 점점 진화해왔다. 그리고 지금은 인구 소멸이 아닌, 전 세계에서 마을의 소멸을 고민하는 이들이 해결 방안을 보기 위해 찾아드는 마을이 되었다. 마을 주민들은 자신들이 살고 싶은 마을을 먼저 만들었고, 그 과정에서 가능성을 느낀 젊은이들이 마을에 정착하고 위성사무실을 내기 시작했다.

아무리 행정이 새로운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귀농귀촌 정책을 펼치고 청년 마을 사업을 추진하더라도, 이미 살고 있는 사람들 간의 연대와 연결, 그리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으면 마을은 자연스럽게 소멸로 갈 것이다.

그렇다면 마을이 진화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미야마 마을을 다녀온 후, 현재 몸담고 있는 부안의 지역사회에 적용해보고자 하는 방안을 몇 가지 정리해보았다.

△민간의 연대와 연결 : 각기 다른 사람들이 각개전투로 살아가기보다는 함께 연결되고 연대해야 한다. 서로의 필요와 강점을 알고, 적재적소에 연결되는 기획이 필요하다. 더불어, 지역에서는 이렇게 애쓰고 열심히 하는 내가 혼자가 아님을 인지하고 함께 걸어가는 문화가 정말 중요하다. 혼자라고 생각하면 못할 일들이다.

△행정과 민간의 소통 : 행정과 민간이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민간이 사업 계획을 구상하고, 기획하여 행정과 소통하여 함께 추진하고자 해야지, 언제까지 행정에게 모든 것을 바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적극적인 민간,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실행 주체의 연결 : 워크숍에서 문제가 인지되고 해결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면, 실행할 주체들을 연결까지 해야 한다. 다양한 워크숍과 포럼이 매번 부안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매일같이 열리고 지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 제안도 이루어지지만,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은 실행할 주체가 바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설령 정책으로 제안되더라도 언제, 어떻게, 누가 진행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부안에는 다양한 단체들과 로컬 브랜드, 지역을 위해 열심히 애쓰는 활동가들이 있지만,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연대하는 문화는 미흡하다. 함께 모여 새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설레는 분위기가 만들어지면 좋겠다. 부안의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있지만, 부안을 발전시키고자 하는 사람들이 잘 뭉쳤으면 한다. 진화를 위해서 말이다.

부안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청년으로서, 부안이 인구 소멸 위기 상황을 딛고 진화했으면 좋겠다. 진화하기 위해서는 위기 상황에서도 나아갈 수 있는 전략을 생각해야 한다. 부안의 발전과 진화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을 먼저 만들어봅시다.

윤나연 시고르청춘 대표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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