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R&D 카르텔 척결'을 방패삼아 33년만에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지금도 뒤쳐져 있는 전북의 연구기반구축이 거북이 걸음을 걷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정부의 발표는 초격차 기술경쟁력을 국정과제로 삼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여서 향후 전북의 이차전지 산업을 비롯한 연구개발활동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이 미쳐질 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4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이 4차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확정됐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6월 열린 재정전략회의에서 지적된 R&D 나눠먹기 등 그릇된 관행의 혁파에 그치지 않고 역대 정부에서 이루지 못한 선도형 R&D로의 전환을 실현하기 위한 내용을 이번 예산 배분 과정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우선 국가전략기술과 인재육성, 미래전략기술 등 혁신 R&D에 총 10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국가전략기술에 투자되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6.3% 늘려 5조원 규모로 확정했다.
특히 새만금에 특화단지까지 지정된 이차전지(19.7%↑)를 비롯해 첨단바이오(16.1%↑), 사이버보안(14.5%↑), 우주(11.5%↑), 반도체(5.5%↑) 등 7대 핵심분야에 투자를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국제협력과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2조 8000억원을 투자키로 했으며, 디지털 인프라 플랫폼 고도화 등 디지털경제 분야에는 1조 6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국가 임무수행을 위한 필수 R&D에는 8조 7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다중밀집 안전사고와 호우로 인한 도시침수 등 재난재해에 선제 대응하는 기술개발에도 투자를 이어가기로 했다.
반면, 기초연구는 올해보다 6.2%나 감액한 2조 4000억원만 투자되며, 출연연 예산도 올해보다 10.8% 줄인 2조 1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과기정통부는 출연연에 올해보다 주요사업비를 최대 30% 이상 줄이는 안을 통보한 바 있는데 향후 확정될 일반 R&D 예산도 감액 가능성이 커 정부연구개발은 사상 첫 감소세를 보이게 됐다.
문제는 R&D 예산의 감축은 전북처럼 선도지역을 추격해야 하는 입장에선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데 있다.
지난해 전북이 확보한 R&D 예싼은 총 9200억원으로 순위로는 전국 6위에 달해 준수한 상황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중 절반은 국가기관인 농촌진흥청의 4개 연구원에서 사용하기 위해 확보된 예산이어서 전북 자체에서 사용될 몫은 그리 많지 않은 셈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지역별 R&D사업 예산 편성 현황'에 따르면 산업부 전담기관이 배정한 R&D 총 예산 4조 4484억원 중 전북 몫은 1475억원에 그쳤다.
이는 전체 예산의 3.32%로 17개 시·도 중 중하위권인 10위에 머무는 수준으로 수도권이 전체 예산의 51.06%를 가져가는 것과는 큰 편차를 보인다.
전북은 국가혁신클러스터 육성사업을 비롯해 농생명 R&D기관 집적화, 그리고 최근 떠오르고 있는 이차전지 사업을 위한 R&D 기관 집적화까지 투자 폭을 늘려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이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번 발표에 대해 걱정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방점으로 찍고 이에 대한 연구개발 투자를 줄이겠다는 발표를 낸 것이 우리 전북 입장에서도 유리할 것은 전혀 없다"면서 "R&D라는 것이 어느 지역 한군데에만 영향이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수도권과의 격차를 줄여 기술 고도화의 길로 들어서야 하는 비수도권들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민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