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24-04-20 21:29 (토)
보랏빛 정치에 거는 기대
상태바
보랏빛 정치에 거는 기대
  • 윤가빈
  • 승인 2006.04.18 20: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강금실의 색깔정치

유인실/수필과비평 편집장 시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시장에 출마를 선언하면서 보랏빛 정치라는 이미지가 주목을 받았다. 치열한 정치판에 갑자기 웬 보랏빛인가? 그렇다. 적어도 강금실 보랏빛 정치는 그렇게 갑자기 혜성처럼 나타났다.
 보랏빛이 주는 통상적인 이미지는 치열하거나 적극적이거나 하는 이미지보다는 다소 소심한 듯한, 그러면서도 소극적인 이미지가 더 강하다. 물론 보라는 권력의 색이라는 이미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성서의 구약에서도 파랑빛 보라와 빨강빛 보라가 나오고, 그래서 붉은 빛 도는 보라는 ‘추기경의 보라’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어쨌든 정치판에서 ‘보라색’이 선거의 전략으로 등장한 것이 의외인 것만은 사실이다. 그 동안 강금실은 권력 앞에서 게걸스럽지 않았다. 그 담대함이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었다. 강 전 장관에 대한 여권의 총선 출마에 대한 러브콜이 얼마나 끈질겼던가. 그래도 그는 끝내 응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그 이름이 김춘수의 <꽃>처럼 다시 불려졌고 그는 또 하나의 의미가 되기 위해 보랏빛 향기를 뿜으며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탤런트 선발대회 구도,  ‘묻지 마’ 투표를 조장하는 제2의 지역주의라는 말들이 쏟아져 나오긴 했지만 어쨌든 그는 보랏빛 카드를 들고 적어도 쿨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이제는 바야흐로 정치인의 이미지를 하나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보아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사실 ‘이미지 정치’와 ‘이미지 선거전략’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크게 보면 방송국 앵커 출신인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도 그렇고 박근혜 한나당 대표도 감성에 호소하는 이미지 정치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다. ‘추다르크’라고 부르는 추미애 전 민주당 의원도 이미지 정치를 잘 활용했다는 평을 받는다.
 서양 역사를 살펴보면 1792년, 프랑스 전제정치를 타파하고 모든 시민에게 선거권을 부여하는 자코뱅당원들은 붉은 깃발로 자유를 선언하였고, 1834년 프랑스 리옹에서 붉은 깃발은 노동자운동의 깃발이 되었다. 그 후 빨강(레즈)은 1907년 러시아로 넘어가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의 상징이 되었다. 우리 국민들이 반세기 이상 자유롭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 레드콤플렉스였다.
 한국에서는 80년대에 노란색이 대중적인 정치적 상징으로 등장했다. 필리핀 민주화 시위 때 코라손 아키노가 노란색 점퍼를 입고 등장한 뒤 노란색은 민주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다. 당시 김대중 김영삼 민추협 공동의장이 노란색 조끼를 입고 거리 시위를 주도하면서 한국 정치에서 처음으로 상징색 개념이 되었다. 이 색깔은 2002년 노무현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이어져 17대 총선 현장도 노랑 물결이 일었다. 
 보라색은 강 전 장관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개인의 기호에서만이 아닌 파랑과 빨강이 혼합되어야 만들어지는 보라색을 통해 강남과 강북의 융합이라는 상징적 효과까지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보라는 여성해방의 상징색이기도 하다. 18세기 초, 영국의 에멀린 로런스는 보랏빛을 여권운동의 빛으로 정한 뒤 “지배자의 빛인 보라는 투표권을 얻고자 싸우는 모든 여성들의 혈관 속에 흐르는 왕의 피를 상징한다.”고 했는데 강 전 장관이 과연 여기까지 염두에 두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째든 강 전 장관의 ‘보랏빛 전략’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이미지와 감성 정치로 서울 시정을 운영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또 감성적인 포퓰리즘으로 국가의 미래 운명을 깊이 고민하지 않고 가벼워 보인다고도 한다.
 그러나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이미지 열풍에 휩싸인 것만큼은 사실이다. 앞에서 염려한 바와 같이 이미지 정치는 자칫 콘텐츠가 따라주지 않으면 쉽게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는 강 전 장관이 그의 보랏빛 이미지의 화려한 등장에 못지않게 그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만큼 이미지 정치는 콘텐츠가 밑받침되지 않으면 빈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강 전 장관이 명심해 두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신천지예수교 전주교회-전북혈액원, 생명나눔업무 협약식
  • '2024 WYTF 전국유소년태권왕대회'서 실버태권도팀 활약
  • 이수민, 군산새만금국제마라톤 여자부 풀코스 3연패 도전
  • ㈜제이케이코스메틱, 글로벌 B2B 플랫폼 알리바바닷컴과 글로벌 진출 협력계약 체결
  • 맥주집창업 프랜차이즈 '치마이생', 체인점 창업비용 지원 프로모션 진행
  • 스마트365잎새삼, 스마트팜을 통해 3년간 확정 임대료 보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