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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 장애인식개선에 힘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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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 장애인식개선에 힘쓸 것"
  • 홍민희 기자
  • 승인 2023.03.27 2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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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은 돈을 벌 수 있을까? 벌 수 있다면 얼마를 받는게 맞을까? 그리고 그들이 기술을 숙련해 사회에서 홀로 설 수 있다면 우리는 그들을 일원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나? 
수많은 물음표 속에서 '일단' 무엇이든 '해본' 청년이 있다. 그걸 해서 무엇을 얻었냐는 사람들의 우문(愚問)에 단 한사람이라도 일상이 바뀌지 않았냐는 현답(賢答)을 기꺼이 내놓는 해시담 김현준(31)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 편집자주

 

으레 장애인 관련 사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씌워지는 편견은 단조롭지만 명확하다. 가족이나 주변에 장애인이 있어서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는 손쉬운 편견 말이다.

김 대표는 그런 편견에서 15도쯤 비켜서 있는 사람이다. 가족들도, 가까운 친구들도 모두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비장애인들이었다.

대학교에서도 지역건설공학이라는 꽤나 무난하고 취업이 잘될법한 과에서 착실하게 공부하던게 다였다. 

다만, 청년 정책은 유달리 맘이 가고 청년 의제를 발굴하는 일엔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별히 의협심이 넘친건 아니었다지만 불의를 보면 주먹(?)이 떨렸던 그는 결국 의협심과 측은지심을 모두 가진 사람이었다.

그러다가 한일장신대학교에서 알게된 장애학생들과의 작은 경험들은 삶의 지축을 뒤흔들었다. 

몸이 좀 불편하다 뿐이지 배우고자 하는 열정도, 취업해서 돈을 벌어 고생한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리고 싶다는 마음도 비장애인과 다를바 없었지만 장애학생들에겐 마음만 허락될 뿐이었다.

그것을 가까이서 목도한 김 대표는 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을 시작했다. 지금의 해시담도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한일장신대에서 공부하는 장애학생들과 처음 만난 건 사회혁신전주와의 리빙랩 덕분이었는데, 이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이 이들은 졸업을 하고 나면 어디에 취업할지를 고민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어요. 왜냐하면 취업할 기회를 잡아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애초에 어떤 선택이 나에게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어요."

평범하게 봉사활동이나 하면서 부모님이 좋아할법한 번듯한 직장을 가지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선택지 조차 쥐어본 적 없는 청년 장애인들을 위한 새로운 도전은 그렇게 시작됐다.

일단 경험의 폭을 넓혀주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한 김 대표는 꼭 취업과 연계되지 않더라도 당장 장애 청년들이 좋아하는 시도들을 이어나갔다.

"자립프로그램을 구성할 때 제가 했음직한 것들로 구성했다면 그저 복지관과 다를 바 없겠다 싶었어요. 이들이 하고싶어 하는 일을 하게 해 주는 것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서 그걸 꺼내는데 주력했어요."

그렇게 진행한 수업은 반지 만드는 원데이클래스부터 수제청 클래스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작은 성취감은 장애 청년들에게도 자신의 진정한 욕구를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저와 함께 한 친구 중 한명은 뇌병변 장애가 있어 멀리 이동이 쉽진 않은데 우리와 함께한 지리산 둘레길 여행을 통해 유럽으로 떠나고 싶다는 꿈을 가지게 됐다고 해요. 벌써 유럽에 가기 전 시범적으로 일본 여행을 가려고 준비에 한창이라네요."

돕고 싶다는 마음을 키워 2019년 '해보는 협동조합'을 동료들과 꾸렸던 김 대표는 더 큰 꿈을 꾸기 위해 지난해 말 '해시담 협동조합'이란 새 집을 장만했다.

해시담이란 뜻 역시 '해보는 시간을 담다'로, 무엇이든 해봤던 해보는 협동조합의 가치를 이어가려는 마음을 그대로 옮겨왔다.

해시담은 장애인들의 성공적인 자립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직업체험활동과 이들의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이들과 사회에서 함께 호흡할 비장애인 지역민들을 위한 장애인식개선 교육까지 진행하고 있다.

이미 입소문도 많이 난 사회혁신전주 1층에 위치한 리젠 카페는 김 대표가 기획한 대표적인 장애인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장애인 고용 사업을 하다보면 가장 많이 받는 오해가 결국 지원금 받으려고 그러는 것 아니냐는 눈초리다. 

이런 눈초리가 맘 아프지만, 김 대표의 꿈은 단순 고용에 있지 않다. 이들의 고용이 오래도록 이어지는 게 김 대표에겐 더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장애 청년들과 일을 하다보면서 느낀 점은 이들도 충분한 준비를 거치면 취업이 될 수 있고 더 나은 직장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었어요. 실제로 리젠 카페를 거친 직원들 중엔 한국전력에 취업한 친구도 있고, 대기업 아이스크림 회사에 우수한 실력으로 입사한 친구도 있어요. 이런 케이스를 더 만들수 있다고 봐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을 꺼리는 사회 분위기 속에 그냥 돈 안줘도 되니 취업만 시켜달라는 장애인들의 부모를 만나면 그냥 일단 고용부터 늘려야 하나 하는 급한 마음도 든다는 김 대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자신의 몫을 감당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가치라고 다시한번 갈 길을 단단히 다져본다.

몸이 열개라도 부족할 것 같은 김 대표는 또다른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리젠 카페에서도 일을 할 수 없는 친구들의 글과 그림을 활용해 달력이나 메모지 같은 굿즈 제작을 기획하고 있는 것.

이런 노력을 이미 수도권에선 일찍이 알아보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기업에선 함께 일하자는 제안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는 김 대표가 전주에 남아있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냥 저는 전주가 너무 좋아서요. 가족들과 함께 하는 삶에서 벗어나는 게 잘 상상이 안가서요."

여전히 부모님은 좋은 회사 들어가라, 안정적으로 월급 받아라 하는 애정어린 걱정을 멈추지 못한다지만 그래도 김 대표는 아직 멈추지 못한다.

할 일이 여전히 많이 남아있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도움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시담 협동조합의 슬로건이 '당신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이길'인데요, 장애 청년들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이 차이가 없으려면 이들도 친구가 필요하고 직장이 필요하겠죠? 그런 일상을 만드는 일에 좀 더 함께하고 싶어요."

이것저것 많이 하는데 제대로 하는 건 없는 것 같다며 괜시레 자신의 노력을 숨기는 김현준 대표의 다음 행동과 결실은 무엇일지, 이제는 지역사회가 함께 들여다 볼 차례다. 

홍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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