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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 정책결정, 신뢰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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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한마디에 오락가락 정책결정, 신뢰할 수 있나
  • 전민일보
  • 승인 2023.03.21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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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에 관심이 많은 외국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한 해외 게시판에 ‘낙서 없는 한국의 깨끗한 지하철’이라는 주제의 글과 사진이 올라왔다. 외국과 달리 잘 관리되고 있는 한국 지하철에 대한 긍정적내용이 많았지만, ‘주69시간 근로시간’을 지적하는 글도 적지 않았다.

주제와 전혀 관계없는 ‘주69시간’을 많은 외국인들이 언급한 것도 궁금했지만, 내용은 조롱이었다. ‘한국은 주69시간 이상 일을 해야 하니 사람들이 낙서 할 시간이 없다’는 등의 내용들이었다.

미국과 유럽 등의 선진국 국민들의 시각에서 한국의 주69시간 근로시간 논란은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는 '주 69시간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가 MZ세대 등 국민적 반감이 거세지자 부랴부랴 재검토에 들어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MZ세대 등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라고 지시하자 국민의힘까지 나서서 MZ노조와 치맥회동을 준비하는 촌극도 보여주고 있다. 근로시간 등 중요한 정책결정을 내리면서 각계의 의견수렴과 그에 따른 반발여론 등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없었다는 반증이다.

현행 최대 52시간이었던 한 주 노동시간을 69시간으로 늘리는 것은 근로자들의 반발이 불보듯 뻔한 것이었다. '근로시간 저축계좌제'로 포장하고 있지만, 경영자들에게 악용될 소지가 적지 않다는 점에서 정부의 이번 개편안 발표 전후과정은 아마추어측면이 컸다.

특히 연장근로로 일한 시간을 적립하면 이후 휴가로 대체해 기존 연차에 붙여 장기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현장을 전혀 모른채 탁상공론이다. 90% 이상이 중소기업인 한국경제의 현주소에서 직장인 중 법으로 정한 연월차를 제대로 사용하는 이들도 없는 실정.

사단법인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 이달 3일부터 한주간 전국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95% 신뢰수준. 오차범위 ±3.1%p)한 결과 20대 응답자(176명)의 55.1%가 지난해 사용한 연차휴가가 '6일 미만'에 불과했다.

최근 1년간 20대 직장인의 절반 정도가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이 채 안되는 셈이다. 40대, 50대 응답자도 연차휴가 사용일이 6일 미만이었다는 응답이 각각 40.6%, 40.5%로 절반 가까이 차지했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주69 근로시간에 따른 저축계좌제가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을지 의문시 되는게 현실이다.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MZ세대의 반발’로 표현하지만 세대를 넘어서 직장인들은 ‘현실의 분위기를 모르는 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주69시간제 논란은 정부의 정책결정의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마저 주고 있다. 제왕적 지위의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반발과 부작용은 뒤로하고, 대통령의 입맛에 맞춘 정책을 만들어내는데 급급한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추가적인 제도 보완에 들어갔지만, 이미 국민적 신뢰를 잃었기에 그 어떠한 대책이 나와도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다. 정부 정책이 우리사회와 경제 등 전분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충분한 숙고와 의견수렴, 타당성 등을 거쳐 확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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