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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긍긍(戰戰兢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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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긍긍(戰戰兢兢)
  • 전민일보
  • 승인 2023.03.14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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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긍긍(戰戰兢兢)’이라 할 때, ‘전전(戰戰)’은 몹시 두려워하여 벌벌 떠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이고 ‘긍긍(兢兢)’은 삼가하고 조심하여 경계하는 모양을 의미하는 의태어이다.

어떤 위기감에 두려워 떠는 심정을 비유한 말이다.

수일 전, 사학 전공의 제자에게서 질문 메일을 받았다. 질문의 내용은 ‘전전긍긍’의 출전인 『시경(詩經)』 「소아(小雅), 소민편(小旻篇)」의 내용에 관한 것이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감히 맨손으로 범을 잡지 못하고, 감히 걸어서 황하강을 건너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지만, 그밖의 것들은 알지 못한다.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기를 마치 깊은 연못에 임한 것같이 하고 살얼음 밟듯이 해야 하네”

不敢暴虎(불감포호), 不敢憑河(불감빙하). 人知其一(인지기일), 莫知其他(막지기타). ‘戰戰兢兢’(전전긍긍), 如臨深淵(여림심연), 如履薄氷(여리박빙).

이 시에 대하여 다음의 세 가지를 물었다.

‘감히 맨손으로 범을 잡지 못하고 감히 걸어서 황하강을 건너지 못한다.’라는 의미는 무엇인가?

‘사람들이 그 하나는 알지만(人知其一)’에서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그 하나’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과거에는 ‘전전긍긍’이라는 단어가 긍정적으로 쓰였다는데 그것은 무슨 의미인가?

논어에 ‘포호빙하(暴虎馮河)’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맨손으로 범을 때려잡고 황하강을 걸어서 건넌다는 뜻으로서, 용기는 있으나 지혜가 없음을 이르는 말이다. 공자가 제자 자로의 지혜 없는 무모한 용기를 책망하며, 이런 사람과는 정사를 함께 하지 않겠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다. 이는 자신의 본래의 뜻이 좋다고 해서 인간이 할 수 없는 무모한 짓에 달려드는 어리석은 행위를 비유한 말이다.

‘인지기일 막지기타 - (人知其一, 莫知其他.)’

시의 전반적 분위기와 맥락을 무시한 채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지만, 그 밖의 것들은 알지 못한다.’라고 문자적으로 단순하게 번역하면 전체 문맥상의 오류를 범하게 된다.

이때 ‘인지기일(人知其一)’은 ‘사람들은 그 하나는 알지만’이라고 할 것이 아니라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이라고 해야 실체적 의미에 가깝다. ‘일(一)’은 하나의 의미도 있지만, ‘전체’ ‘모두’ ‘일체’의 뜻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타(其他)’는 나를 제외한 타인을 의미하는 말로서, '그 다른 것’이란 말 속에는 곧 ‘타인의 행위’라는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러므로 위 시의 내용은 이렇게 번역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不敢暴虎, 不敢憑河, 人知其一, 莫知其他”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을 수 없고 걸어서 황하를 건널 수 없음을 사람들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는 것이라네”

“‘戰戰兢兢’, 如臨深淵, 如履薄氷.”

“두려워서 벌벌 떨며 조심하기를, 마치 깊은 연못에 임한 것같이 하고 살얼음 밟듯이 해야 한다네”

논어에 효자로 소문난 증자가 병이 들어 죽게 되자 임종을 앞두고 제자들을 모아 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시경에 ‘전전긍긍’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제야 나는 전전긍긍에서 벗어난 줄을 알았네”

당시의 ‘전전긍긍’한다는 말은 자기 몸을 온전히 보전하는 것이 자식된 도리라고 여겼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보존하기를 ‘전전긍긍’하여 잘 마쳤다는 의미로서 한 말이다. 그러므로 당시의 ‘전전긍긍’은 부모님이 내게 주신 몸을 소중히 하여 ‘전전긍긍’하기를 ‘마치 깊은 연못에 임한 것같이 하고 살얼음 밟듯이 하였다’라는 의미이다. 증자가 쓴 효경 첫 장의 그 유명한 문구가 바로, 이것이다.

“身體髮膚(신체발부)는 受之父母(수지부모)요, 不敢毁傷(불감훼상)이니 孝之始也(효지시야)라”

“신체와 머리와 피부는 모두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감히 상처 내거나 훼손치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

내가 부모에게 받은 몸을 훼손시키지 않도록 잘 보존하려는 노력이 곧 ‘전전긍긍’인 것이다. 증자는 이것을 죽기까지 잘 마쳤기에 이제 ‘전전긍긍’에서 벗어났노라고 말한 것이다.

행여 요즘도 부모에게 받은 몸을 잘 보존하려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는 오히려 자식들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대한민국의 암울한 정치 현실에 전전긍긍하고, 난방비 폭탄과 고금리로 전전긍긍할 뿐이다.

박황희 고전번역학자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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