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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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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민일보
  • 승인 2023.02.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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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작지만 따뜻한 마을에 약 이주 동안 머무르며 많은 어르신들의 삶의 이야기를 듣고 보며 기록하게 되었다.

낯선 설렘이 서로를 자극해 어르신들은 오래된 옛이야기들을 들려주고 싶어 하셨고, 필자는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고 싶은 마음에 많은 것들을 여쭙고 또 여쭸다.

6.25 전쟁으로 인해 산에는 나무도 풀도 없었다고 한다. 봄에 나오는 쑥마저도 없어서 이 산 저 산을 돌며 허기를 달래려 했지만 굶는 날이 더 많았고, 배우고 싶었지만 사친회비를 내지 못해 회초리로 피가 나도록 맞은 그 시절의 애환을 들었다.

깊게 폐인 주름만큼 세월을 단단히 견뎌온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삶 속의 이야기들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눈 앞에 빼곡하게 그려져갔다.

때때로 지나간 추억을 회상하시면서 재밌어하셨다. 때로는 빠르게 지나간 세월과 사라져버린 좋은 풍습들에 아쉬워하셨고, 때론 먹먹하게 그리워하시면서 들려주시는 이야기들을 그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들었다.

그리곤 한 어르신께서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내가 고생을 그렇게 했던 게, 내 새끼들은 잘 살라고... 나같이 안 살게 할라고… 어떻게 혀 서든 전문학교를 다보냈어. 배우라고…”

어르신의 이 말씀을 듣고 나니 마음속에 뜨거운 무엇인가 흐르는 것 같았다. 그 말씀에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어르신들 덕분에 지금 제가 이렇게 편하게 지내요. 나라가 어려울 때 잘 지켜주시고, 이렇게 잘 살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는 감사 인사를 연거푸 드렸다.

어르신처럼 그 시절 많은 분들이 배고픈 어린 시절을 견뎌내고 어렵게 살아오면서도 부모를 공경하며 효(孝)를 다했다.

또한 남편과 아내를 사랑했고 자녀들이 잘되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며 혼신의 힘을 쏟았다.

결국, 자녀들은 부모의 바람 보다 더욱 잘 성장했고, 이러한 간절한 바람들이 모이고 모여 가족과 마을과 나라를 지켜냈고, 우리나라를 이전보다 더욱 강하고 부유하게 만들었다.

‘노인 한 명이 죽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사라지는 것과 같다.’라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오랜 세월과 오랜 인생경험을 통한 노인의 경륜과 지혜(智惠)는 도서관의 많은 책과 견줄 만큼 소중한 보물과 같다는 뜻이다.

급격한 발전을 거듭하면서 ‘노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시선이 생겨났다.

하지만 필자는 어르신들을 만나면서 더욱 깊이 깨달았다. 그 지혜와 희생 덕분에 지금의 우리가 있음을 말이다. 그것을 잊지 말고 기억하고, 어르신들을 존경하며 감사함을 표현하고 사는 지혜로운 세대가 되어 ‘사람다움의 따뜻한 온기’를 다음 세대에 잘 전달했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출 때 조금 더 건강한 미래가 있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필자 또한 자라나는 다음 세대의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조금 더 건강하고 따뜻한 사회에서 살아볼 수 있도록 한 번 더 성장하는 나라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송선미 문화통신사 팀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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