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4학년부터 초중고 모든 학생들에게 ‘1인 1스마트기기’ 무상보급 사업을 추진하면서 예산낭비와 선심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제대로 된 온라인 수업의 콘텐츠와 관리방안 없이는 학생들에게 ‘공짜 오락기’ 지급사업에 그칠 우려도 제기된다.

사업의 효용성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태블릿PC 파손·분실시 보상과 책임소재 문제는 물론 4~5년 주기의 짧은 교체주기를 감안할 때 자칫 교육재정의 큰 부담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도내 학생들의 학력저하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도 교육청은 내년에 기초학력 향상 및 학력신장에 158억원을 편성하는데 그쳐 대조를 이룬다.

■ 태블릿PC 무상보급 선심성 논란 
30일 도의회에 따르면 도 교육청은 내년에 미래형 학교환경 구축사업 예산 994억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한 가운데 태블릿PC와 노트북 등 스마트기기 무상보급 예산만 943여억원에 이르고 있다. 내년에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 2학년 등에게 우선 지급하고, 향후에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등 모든 학생에게 태블릿PC 등 1인 1스마트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할 계획이다.

앞으로 2000여억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원격수업에 필요한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를 저소득층 학생 중심으로 보급했지만 내년부터는 모든 학생에게 보급되고, 교원들의 노트북과 데스크탑PC 동 교체된다. 하지만 도내 초중고 학생을 둔 가정의 대부분이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어 예산낭비 논란이 일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중심의 학사운영이 학생들의 학력저하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상황에서 ‘미래형 학교환경 구축’ 명분하에 모든 초중고 학생들에게 스마트기기를 무상으로 보급하는 것에 대해 교육계에서도 찬반 논란이 제기된다. 지난해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연간 600여억원을 예산을 투입해 ‘중학생 1인 1태블릿 PC 지급’ 계획을 발표하자 전교조까지 나서서 비판하고 나선바 있다.

도 교육청은 서거석 교육감의 공약사업인 태블릿PC 등 스마트기기 무상보급 사업에 내년에만 942억원을 투입한다. 

■ 관리대책 미흡, 공짜오락기 우려도 
당장 내년에만 6만7700여대의 스마트기기가 무상 보급되는 등 앞으로 모든 초중고 학생에게 대당 70만원 상당의 고가인 태블릿PC가 보급된다. 하지만 파손·분실 등에 따른 변상과 수리비 등에 대한 책임소재 논란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의 스마트 기기 보급 사업 시행 결과, 5개월간 무려 1억3000만원의 수리비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은 모든 초중고 학생에게 태블릿PC가 보급될 예정이기 때문에 매년 수억원의 수리비가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도의회 진형석 의원은 “파손과 분실 등에 따른 보험문제가 검토되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학생들의 스마트기기 중독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과 관리방안과 전문인력 등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교육이 스마트기기 중독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과 동영상 차단 프로그램을 우회하는 방법과 프로그램이 보급되는 상황에서 학생들이 수업시가나 방과후 무상보급된 태블릿PC로 게임과 동영상을 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공짜 오락기기 사업이라는 논란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박용근 도의원은 “교육청이 예산이 넘친다면 전북의 낮아진 학력저하 문제 해결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사업의 효과성 검증도 없이 막대한 예산을 스마트기기 보급사업에 투입하는 것은 학생보다 업체를 위한 사업이 될 것이다”고 일갈했다.
윤동길기자 
 

윤동길 기자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