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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빛 물들이는 천연 염색은 내 삶의 활력소”...전주 손마루 공방의 박미자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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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빛 물들이는 천연 염색은 내 삶의 활력소”...전주 손마루 공방의 박미자 작가
  • 이정은 기자
  • 승인 2022.11.23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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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생활용품 만들며 작품 열정 쑥쑥
무형문화재 정관채 염색장 전수관 입성
복잡하고 까다로운 전통 쪽 염색 배워
직접 쪽 재배, 콩잿물 만들며 염색연구
민화 현대적 표현으로 해외 전시 포부

 

아주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빛이 변하는 천연 염색.
특히 마디풀과의 식물인 쪽을 이용해 염색하는 쪽 염색은 그 어떤 천연 염색 중에서도 가장 까다롭다.
같은 재료라도 기온과 물의 온도, 쪽의 양, 누르는 압력까지 미세한 차이에도 그 결과는 달라진다. 정성과 수고의 양 만큼 푸른 빛을 내는 쪽의 매력에 흠뻑 빠진 사람이 있다.
국가무형문화재 염색장 정관채 선생의 이수자인 전주 손마루 공방의 박미자 이수자를 만나봤다. /편집자주

형형색색 물든 낙엽들이 하나둘씩 떨어지던 가을날, 전주 손마루 공방에서 만난 박미자 이수자는 작품 구상에 한창이었다.
염색을 생각하기만 하면 활력이 솟아난다는 그는 염색과 작품 이야기가 시작되자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늦깎이 대학생 시절, 문화전통과에 재학 중이던 그는 염색 체험 수업을 통해 염색을 처음 만났던 날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양파껍질을 통한 소목 염색을 체험하면서 매염제별로 여러 색이 나오는 염색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염색은 그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고 졸업 즈음 예술 강사로서 활동하던 그에게는 여전히 천연 염색에 대한 갈증이 남아 있었다.
박미자 이수자는 "염색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내가 한번 작업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이 염색으로 어디까지 가능성이 있는지 알아보자고 다짐한거죠."
염색해서 만든 스카프와 가방, 생활용품들을 만들어 썼지만 아직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제가 만들었던 것들은 작품이라고 할 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천연염색에서 더 나아가 천연 염색을 통한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한거죠."

 

염색을 한지 어언 7년차, 공방에서 염색 체험만 해도 충분했지만 한발 더 나아가 천연 염색 작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에 사로 잡혔다. 한계의 갑갑함을 느낀 그는 쪽 염색을 본격적으로 배워보고자 전국을 돌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중 2017년, 국가무형문화재 염색장 정관채 전수관에 입성하게 됐다. 많은 경쟁률 끝에 겨우 쪽 염색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는 "3기 교육생으로 심화반에 들어가게 됐을 때는 정말 너무 기뻤어요. 제 성격이 조용한 편인데 쪽 염색 수업만 들어갔다 하면 눈이 번쩍 트였어요"라며 "정관채 선생님의 쪽 염색을 본 순간, '아! 들어오길 정말 잘했다. 이걸 해야겠다. 내가 쪽통 하나를 만들고 말리라!' 쪽색이 너무 좋아서 염색을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가 말한 '쪽통 하나를 만든다'는 말엔 많은 의미가 담겨 있었다.
전통 쪽 염색의 기술력을 완벽하게 전수받아 혼자서도 쪽 염색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뜨거운 의지가 담겨 있던 것이다.
쪽 염색을 같은 방법으로 수차례 해도 같은 색이 나오지 않을 만큼 쪽 염색은 매우 예민하고도 어려운 작업이다.
수차례 인내와 정성의 시간을 거쳤지만 까다로운 쪽 염색 과정에 실패도 여러 번, 하지만 푸른빛 청아한 색을 내는 쪽빛에 매료돼 힘든 것도 잊을 만큼 쪽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고 한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쪽 염색 과정에도 정관채 선생은 매번 같은 색을 내니 그는 비법을 모조리 전수 받아야겠다는 일념뿐이었다고 한다.

 

이후 박미자 이수자는 천연 염색을 위해 공방 옆 밭에 직접 쪽을 재배했다. 또 동네 어르신들에게 수확 후 버리는 콩대를 받아 염색에 쓰일 콩 잿물을 직접 만들며 수많은 시도에 나섰다.
염료와 염재 마다 염색 방법이 다르고 똑같은 식물염이라고 해도 끓이는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또 각기 염색 방법도 다르다 보니 그의 다이어리에는 빽빽하게 적힌 메모들로 가득했다.
게다가 천연염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천연 염색도 함께 변화하니 그 속도를 따라 잡기에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특히 매염제로 쓰이는 것들이 명반이나 철 등 금속이 들어가기 때문에 건강에 좋지 않다는 우려도 높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면 금속 매염제 없이 염색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연구해 나가고 있다.
또 화학 염색 보다 천연 염색이 건강에 이롭다는 인식이 있지만 금방 물이 빠진다는 단점인 견뢰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들이 나오면서 그의 노력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는 "과학의 발전에 따라 발맞춰 가야하다 보니 천연 염색의 방법은 수없이 뒤집히고 뒤집혀요. 다른 공예와는 다르게 계속 방법이 바뀌는거죠.”라며 “이후 공방을 차리고 상품들을 만들어 팔았어요. 하지만 한번 만든 것은 다시 또 만들고 싶지 않았어요. 매번 같은 상품을 만드니까 흥미가 떨어졌고, 상품보다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로써 색의 본 고장에서 색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배운 그는 이제 눈길을 세계로 돌렸다. 그에게 또 하나의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는 "무형문화재 염색장 이수자로서 전통적인 염색의 색깔을 가지고 전통 미술인 민화를 현대적인 작품으로 바꿔 해외에 전시하고 싶어요"라며 "민화 속에는 수많은 사상과 수많은 언어들이 들어가 있어요. 우리의 색으로 그 언어들을 표현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제가 가르치는 것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전통을 기반한 염색 전수 교육도 해보고 현대적인 시각에 맞춘 표현도 해보고 싶어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끝으로 그는 “전통문화를 이어오면서도 변화하는 현대 사회에 접목시킨 새로운 작품들을 만들어 내고 싶어요. 그러기엔 회화에 대해서도 배워야 하고 시간이 걸리겠죠. 그래도 해외에 제 작품들이 전시될 날이 얼마 남지 않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쉽든 어렵든 제 능력보다 더 노력하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포부를 밝혔다.
현재 박미자 이수자는 전주 손마루 공방을 운영 중이며, 현재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천연 염색 외부 체험 강사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공예 분야 예술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정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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