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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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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나를 부른다
  • 전민일보
  • 승인 2022.11.16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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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다. 황홀한 가을이다. 백두산, 설악산에서 불꽃놀이를 시작한 단풍은 남으로 남으로, 지리산과 내장산으로 내려왔다. 그 짙푸른 녹음은 어이 가고 붉고 노랗고 각양각색으로 물들인 단풍은 많은 관광객을 유혹하며 아름다운 자태로 향연을 펼치고 있다.

들녘의 논과 밭에서는 황금빛 곡식과 과실들을 수확하여 저장하는 절기라, 우리 인간들의 가슴에는 풍요롭고 평화로운 정감을 한 아름 안겨주는 절기이기도 하다.

농촌에서는 농부들이 알알이 영근 곡식을 수확하는 기쁨으로 지칠 줄도 모르고, 농부 본연의 활동 모습이 역력하다. 옛날에는 수작업이었지만 지금은 기계화 영농이다. 예나 지금이나 이때쯤이면 농심을 지닌 농민들의 일손은 더욱 바쁘고 분주하다. 농촌에서 태어난 나는 항상 농촌의 환경을 잊지 못하고 있다. 언제나 농부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격려심을 지니고 있다.

요즘 가을 하면 생각나는 것이 단풍이요, 단풍하면 내장산 단풍을 떠올린다. 어제는 문우 5명이 내장한 단풍을 찾아 나섰다. 입구에 들어서자 길섶에 핀 가냘픈 코스모스가 목을 길게 빼고 손짓하며 우리 일행을 제일 먼저 반긴다.

단풍, 그야말로 황홀지경이다. 각양각색의 단풍들이 나름대로의 자태를 자랑하고 관광객을 맞는다. 내장산 온 전체의 산이 붉게 타며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그런 광경을 보려는 관광객이 어찌나 많이 모였던지 가만히 서 있어도 떠밀려 걷게 되는 현상이다.

주말이라 그런지 단풍도 절정이요, 인파도 절정이다. 날씨도 아주 쾌청하여 단풍관광하기에는 아주 적합한 날씨다. 우리 일행 문우들은 단풍에 도취되어 각각 감탄사를 연발하며, 내장산에 얽힌 이야기, 단풍에 얽힌 이야기로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내 어린 시절 보아온 가을의 정취는 또한 어떠했던가. 먼 시야에 펼쳐진 초가지붕, 그 위에 덩그렇게 매달린 하얀 박이며 누렇게 익은 호박들이 뒹굴 때면 ‘이제 본격적으로 결실의 계절이구나.’실감을 느끼게 했고, 앞마당에 멍석을 깔아놓고 집집마다 붉은 고추를 햇볕에 널어놓을 때면 마치 푸른 하늘을 동경이나 하듯, 정렬을 토해낸 것을 볼 때마다 곧 글줄이라도 쓸 것만 같은 센티한 감정에 푹 파묻힐 때도 있었다.

그뿐인가. 고요한 밤이면 풀벌레 소리, 귀뚜라미 소리가 밤새껏 울어댈 때면 까마득하게 잊었던 추억들이 되살아나 한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 눈물어린 밤도 있었지만 요즘에 와선 왠지 가을하면 단풍이 마음 전폭을 메우니 나 또한 세월의 무게가 가을에 실린 것 같다.

그 뜨겁고 화려한 불꽃처럼 타오르는 단풍도 자연이 엮어내 놓은 꿈의 세계가 아닌가. 그러한 자연의 꿈 정렬에 불타는 단풍을 바라볼 때면 나혼자만의 세계에서 눈을 감고 무언가를 위해 명상에 잠기고 싶은 그러한 욕망을 느끼게 한다.

가을을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가을을 사랑할 수 없다. 그것은 우리가 공허까지도 소유할 줄 아는 가을의 인간이기 때문이다.

자연의 섭리대로 이루어진 꿈, 단풍이 엮어낸 꿈을 나는 실현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 본향의 꿈을 불태우고 싶다.

금번 문우들과 함께 한 가을 여행은 자연자원을 탐사하며, 문학성을 고취하고, 가을 정취를 만끽한 즐거운 하루였다.

고재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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