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좌이체도 불가… 시민 불편 가중
“유료로 주차하겠다는데 현금 없으면 주차도 못 하나요”
전주에 거주하는 이모(28)씨는 최근 객리단길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이씨는 약속이 있어 차를 몰고 객리단길에 들어섰지만 주말이라 공영주차장은 이미 만차였다.
주차장을 찾아 돌아다니던 중 민영주차장을 겨우 발견했다. 겨우 발견한 주차장에 반가운 마음으로 주차장 입구에 들어섰지만 결국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해당 민영 주차장 입구에는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쓰여 있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민영주차장에서 요금을 지불하고 주차하려 했지만 현금만 가능하다고 해서 주차를 하지 못했다”면서 “요즘은 현금보다는 카드를 이용하거나 계좌이체를 많이 하는데 현금 결제만 고집하는 건 부당한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전주시의 일부 민영주차장에서 주차요금을 무조건 현금으로만 받고 있어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22일 오전 11시께 찾아간 객사길의 한 주차장. 이곳 인근에는 영화관과 카페 등이 있어 평소 시민들의 통행이 잦은 곳이다.
이곳 주차장 관리실 창문에는 빨간 글씨로 ‘현금만 받습니다’라고 써 있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실제 카드만 들고 관리실에 찾아가 “신용카드 결제가 되나요”라고 묻자 주차장 관리자는 “카드결제는 안된다. 현금만 가능하고 계좌이체도 안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같은 날 찾은 객사길의 또 다른 주차장. 관리실에는 ‘카드 사절’이라는 문구가 가격표 밑에 적혀있었으며 이곳 역시 신용카드 결제는 불가했다.
주차장 관리자 A씨는 “현금으로만 받아도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현금으로 계산하면 현금영수증은 끊어주고 있다”면서 “주차 요금을 싸게 받고 있어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데 카드 결제는 무리다”고 말했다.
현금보다는 카드결제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결제하는 시민들이 늘면서 현금을 따로 소지하지 않는 시민들은 난감할 따름이다.
전주 시민 양모(37)씨는 “무료로 주차를 하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고 주차를 하려고 해도 현금만 결제 가능하다고 하니 주차를 할 수 있겠느냐”면서 “영세 사업장이나 민간 주차장의 경우 주차요금이 소액이어도 계좌이체는 가능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주세무서 관계자는 “관련 법상 개인 운영주차장은 현금만 받아도 되고 현금영수증 의무발행 업종에도 포함되지 않아 제재를 가할 수 없다”며 “현금영수증 발행을 거부당해 신고하면 세무서에서 발급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