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보호해야 할 성인이 대리구매 가담하기도
일부 구매자 ‘수고비 대신 스킨십 해주겠다’ 유사 성행위로 이어져
청소년 상대로 최고이자 연 5,000% ‘초고금리 불법 대리 입금’ 성행
미성년자를 상대로 술, 담배, 마약 등을 대신 구매해준 뒤 수수료 같은 대가를 챙기는 이른바 ‘댈구’(대리구매의 은어)가 SNS에서 성행하고 있다.
일명 ‘댈’, ‘댈구’로 알려진 대리구매는 술, 담배, 펜타닐 패치를 비롯한 마약, 성인용품, 수면제 등을 대신 구해줘 미성년자를 유해환경에 노출시킬 뿐 아니라 청소년 대상 2차범죄를 유발한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2020년 청소년 매체이용 및 유해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달간 흡연을 경험한 청소년 중 담배를 대리구매한 비율은 20.8%로 집계됐다. 전자담배 대리구매율은 12.8%에 달했고 술 대리구매율은 7.9%로 나타났다.
최근 제주도에서는 미성년자를 대신해 담배를 산 뒤 수수료를 받고 넘긴 일당이 적발됐다. 고등학생 2명이 포함된 이 일당은 SNS에 대리구매 홍보 글을 올린 뒤 청소년, 심지어 초등학생에게도 담배를 넘겨 논란이 됐다. 이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불법 대리 입금이 성행, 초고금리 불법 소액 대출 피해 또한 증가하고 있다. 해당 업자들은 SNS를 통해 게임 아이템, 각종 상품 등을 구매할 수 있다며 청소년들을 유인, 단기간 소액 대출에 연 최고 5,000% 이자를 적용하는 등 불법 사금융 행위를 일삼았다.
이러한 행위는 학교폭력, 소년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낮아지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다. 사회적 문제가 된 대부분의 대리구매 거래는 청소년들이 주로 사용하는 SNS에서 이뤄지는 추세다. SNS에서 ‘꽁담’, ‘꽁술’, ‘담뚫’ 등 대리구매를 뜻하는 은어 키워드를 검색하면, 거래를 암시하는 수백 개의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트위터 같은 해외 기반 SNS는 게시글 차단 조치를 취하는 것이 복잡할뿐더러, 거래 방식 또한 더욱 은밀해지고 있어 단속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대리구매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이 성범죄 및 강력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거래에 가담한 판매자들이 수수료로 돈을 받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미성년자에게 스킨십, 성매매, 유사성행위, 불법 성착취물 촬영 등 강력범죄 수준의 행위를 요구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본인의 성별을 내세워 속옷 거래, 성매매 등 불건전한 방식으로 수고비를 지급하려는 청소년도 적지 않기에, 사회적 예방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또한 대리구매 행위를 하나의 용돈벌이로 가볍게 치부하기에는 무거운 처벌이 따를 수도 있다고 조언했다. 청소년 보호법에 따르면 술, 담배 등 청소년 유해 약물을 대리 구매, 대여, 제공하다 적발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만일 대리구매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추행, 성폭행 범죄로 이어질 경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가중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법무법인 태하 석종욱 형사전문변호사는 “미성년자 사이 광범위하게 퍼진 대리구매는 학교폭력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하고, 2차 강력범죄, 성범죄의 미끼가 되어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낳고 있다. 특히 청소년을 유해 약물로부터 보호해야 할 성인이 대리구매에 가담할 경우, 청소년 보호법에 의해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