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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反退)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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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퇴(反退) 시대
  • 전민일보
  • 승인 2022.08.1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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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을 하고도 노후생계를 위해 죽도록 일해야 하는 반퇴反退세상이 됐다. 설상가상으로 정년도 채우지 못하는 조기 퇴직, 희망퇴직, 명예퇴직 같은 신조어들도 덩달아 생겨나고 있다.

젊은 나이에 직장에서 쫓겨나는 청년들보다 정년퇴직한 사람들은 그래도 나은 셈이다. 1960년대에 태어난 사람을 포함해서 해마다 퇴직자 80만 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하지 못하고 조기 퇴직자들이 넘쳐나는 실업자 천국이 된 양상이다. 정년퇴직 이후 이모작 인생 또는 2부인생을 어떻게 설계할까 고민하던 행복했던 시절은 꿈속에서나 찾아봐야한다.

반퇴 시대 퇴직자 앞에 놓인 시간표는 최소한 30년이다. 가장 혼자서 노후를 설계하는 게 현실적이거나 가능하지도 않다. 30년을 내다보고 인생 설계를 하자면 부부는 물론 자녀까지 함께 가족 설계를 해야 한다는얘기다.

과거 우리 부모 세대는 환갑을 넘길 때쯤이면 완전히 은퇴한 뒤 자녀들에게 노후를 의탁했다. 그리고 70대 초·중반에 살던 집을 남기고 죽는 게 낯익은 광경이었다. 앞으로 퇴직자는 30년 이상 살아야 하므로 노후대비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보는 세상이다.

50대 조기 퇴직은 5년 후에 닥칠 퇴직 쓰나미에 비하면 예고편에 불과 할지도 모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우려 섞인 진단이다. 1955~1963년생의 1차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 쇼크가 가시기도 전에 2차 베이비붐 세대인 1968~1974년생의 퇴직이 줄을 서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1차 베이비붐세대의 자녀인 에코 베이비붐 세대인 1979~1985년생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1955∼1985년생 퇴직이 30년 동안 숨 돌릴 틈없이 이어진다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앞으로 평균 수명도 높아져서 사고나 중대 질병을 겪지 않는다면 누구나 100세까지 살 수 있는 세상이 도래했다. 퇴직하고도 생활전선에서 은퇴하지 못하고 평생을 일해야 하거나 수십 년간 구직시장을 기웃거려야 하는 반퇴 시대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이미 퇴직한 다섯 중 네 명이 지금도 일을 하고 있다는 통계다. 국내 민간기업의 실질 퇴직나이가 평균 53세를 갓 넘기고 있다는 점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이는 퇴직자 상당수가 재취업·창업·귀농 등을 통해 구직시장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다 보니 도심에서 고부가가치 과일이나 채소를 재배하는 도시농업 기술을 익히고 있는 사람도 증가하는 추세다. 재취업을 위해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춰 여기저기 원서를 내봐도 오라는 곳이 없는 게 현실이다. 인생 이모작 지원센터에는 재취업이나 새 일거리를 찾아 나선 50대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국내 제도와 관행은 여전히 고도 성장기에 맞춰져 있다. 정년이 연장된다고는 하나 실제 정년이 늘어나자면 임금피크제나 시간제 일자리 활성화 등 후속 대책이 따라줘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노동시장 개혁이 이뤄지지 않은 채 386세대의 퇴직 쓰나미를 맞는다면 좌우이념대립 못지않게 세대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반퇴시대가 장기화한다면 경기회복도 요원해진다. 무직과 비정규직을 오가며 30년을 버텨야 하는 반퇴 시대 퇴직자들이 많아지면 안 그래도 위축된 소비가 꽁꽁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쏟아져 나오는 50대 조기 퇴직자들은 분명, 앞세대가 못 겪은 고난과 저금을 통한 목돈 마련이 힘들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자식들의 부양 또한 기대하지 못하는 낀 세대가 아닐 수 없다. 이에 일자리를 못 구하지 못한 퇴직자들은 퇴직금까지 손땔 수밖에 없다. 급여는 끊겼는데 생활비는 물론 대학생 자녀 둘 학자금까지 대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 사회가 겪을 퇴직 쓰나미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1차 베이비붐 세대의 선두그룹인 1955~1959년생 퇴직자 62.7%는 기본생활이 어렵거나 빠듯하다고 한다.

대기업 임원 출신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막상 퇴직해 보니 노후가 너무 길어 뭐라도 해서 돈을 벌어야겠는데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긴 노후는 여성들도 다시 일터로 불러내고 있다. 열에 일곱은 자녀 뒷바라지나 수입이 적어서 노후준비를못 했다는 얘기다.

반퇴 시대를 이겨내자면 한 살이라도 일찍 노후대비를 시작하는 수밖에 없다. 노후가 길어져 저축이나 연금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다. 은퇴 30년의 3대 고개는 가장이 혼자 감당하기보다 온가족이 함께 넘어야 한다.

그리고 퇴직 크레바스를 넘자면 최대한 직장을 오래 다니는게 최선이다. 임금 피크제든, 시간제든 고정적인 소득이 끊기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반퇴 시대 살아가는 지혜다.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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