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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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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반드시 재검토해야 한다
  • 전민일보
  • 승인 2022.07.07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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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6일 대법원은 한국전자기술연구원 근로자가 제기한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에서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으로 직원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가 무효라고 판시했다.

하지만 다음날 27일 서울남부지법은 한국전력거래소 직원 3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정년연장’을 동반한 임금피크제는 합법하다는 1심 판결을 내려 혼란이 가중됐다.

한편 대법원은 정년유지형 임금피크제 효력에 관한 판단기준으로 임금피크제도입 목적의 타당성, 대상 근로자들이 입는 불이익의 정도, 임금 삭감에 대한 대상조치의 도입 여부 및 그 적정성, 임금피크제로 감액된 재원이 임금피크제 도입의 본래 목적을 위하여 사용되었는지의 여부 등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것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근로시간·근로일수 조정 등을 통해 임금을 감액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로, 크게 정년을 유지하면서 임금을 삭감하는 ‘정년유지형’과 정년을 연장하는 조건으로 임금을 깎는 ‘정년연장형’ 등으로 나뉜다.

대법원이 무효 판결을 내린 사례는 정년연장 없이 임금만 삭감한 ‘정년유지형’으로 대다수 기업들이 채택하는 ‘정년연장형’과는 다르다고 보고 있으나 이를 양분해서 일반화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기관을 비롯한 금융권 대부분은 대상을 만 55세로 정하고 정년을 만 60세까지 늘린 뒤 매년 임금을 순차적으로 깎는 ‘정년연장형’방식을 취하고 있다.

특히 직원의 임금을 줄이는 대신, 업무량과 강도를 낮추는 등 노사 합의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정년연장과 업무조정 없이 임금만 삭감한 대법원 판결사례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이 사측의 주장이다.

하지만 노조측은 일부 영업점 직원들이 임금피크제 적용 전과 같은 업무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책은행이 시중은행에 비해 임금피크제 적용 직원 비중이 높아서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일터에서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하고는 있지만 실제로 이에 종사하는 직원 수는 아주 미미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임금 삭감폭이 50%에 달하는 등 너무나 크고, 만 56세에 명예퇴직을 하면 퇴직금을 임금피크제 급여보다 더 주면서 사실상 퇴직을 종용한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또한 임금피크제 기간 동안 주어지는 업무와 직위도 문제다. 일선 영업점의 지점장을 하다가 하루아침에 창구 업무나 실적 추진 업무를 맡긴다면 그 누가 애정을 가지고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한국노총은 지난 6월 2일 산하 조직에 단위 사업장의 임금피크제가 위법하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폐지나 보완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는 대응지침을 내렸다. 금융노조 산하 지부 중에서는 KB국민은 행지부가 제일 먼저 임금피크제 무효 소송 준비에 들어갔다.

또한 올해 각 금융기관 임단협에서도 임금피크제 폐지 또는 임금 삭감폭을 줄이는 등 전면적인 제도 수정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임금피크제라는 용어는 한국에서만 사용되어지는 용어이며 제도의 기본 틀은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신용보증기금이 최초로 도입했고, 정부는 2015년 5월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을 제시하며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 공공기관을 필두로 제도 도입을 강력히 추진하였다.

그에 따라 금융기관 노동조합들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강제로 하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임금 삭감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 울며 겨자 먹기로 채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서 말로만 정년을 60세로 연장한 것이지 형편없는 급여에 자리 보장도 받지 못하게 되는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느니 퇴직 보상금을 받고 명퇴하는 길을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과거 58세이던 정년이 오히려 56세로 단축된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충분히 일할 수 있는 나이에 희망 퇴직으로 등을 떠미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희망퇴직의 배경이 바로 임금피크제 도입인 만큼 노동계는 지금 임금피크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무늬만 정년 연장인 허울 좋은 임금피크제, 이번 대법원 판결이 주는 의미도 크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임금피크제는 반드시 재검토되어야 한다.

현대사회는 이미 백세시대를 넘어서고 있다. 퇴직을 하고도 50년을 더 살아야 한다면 과연 무엇을 해서 먹고 살 것인가. 정부와 사측은 정년연장과 고용안정을 외칠 수밖에 없는 노동자의 현실을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주길 바란다.

박병철 한국노총 전주시지부 부의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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