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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지 않은 트럼프를 바라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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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에 가지 않은 트럼프를 바라보는 법
  • 전민일보
  • 승인 2022.06.28 11: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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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퇴임했다면 지금 어떻게 되었을까? 개인적 견해를 말한다면 아마도 그는 감옥에 있을 것이다.

그가 재임 중 탄핵소추 빌미를 제공한 권력남용과 의회방해는 물론 퇴임 직전의 사면권 남용과 의사당 점거폭동은 그에게 드리운 수많은 정치적 음모론 중 일부에 불과하다. 한국적 관점에서 트럼프의 국정농단 의혹은 차고 넘친다.

그나마 이것은 정치적이라는 수사(修辭)를 통해 벗어날 일말의 고리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에게 드리운 진정한 검은 그림자는 따로 있다. 탈세와 횡령 그리고 사기에 대한 여러 의혹이 그것이다. 미국 대통령이었던 사람이 일개 잡범으로 전락하게 되는 순간이다.

전설적인 마피아 알 카포네를 구속한 죄목이 탈세였던 것에서 알 수 있듯 미국에서는 탈세 하나만 가지고도 사회적 사망선고를 의미한다.

그럼에도 트럼프에 대한 적폐청산 얘기는 들을 수가 없다. 오히려 다시 대통령직에 도전하겠다는 소리마저 들린다.

현직 대통령을 탄핵해 정치적 책임을 물어 파면하고 더 나가 사법적 책임까지 물은 한국은 그런 점에서 급이 다르다. 전직 대통령을 비리 혐의로 감옥에 보내는 것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누가 뭐라 해도‘다이나믹 코리아’다.

중국과 같은 권위주의적 체제는 물론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에서도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을 역임한 인물을 단죄해 감옥에 보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다.

만일 그런 모습이 나타난다면 그 대부분은 혁명적 상황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민주주의는 그 역사의 짧음에도 불구하고 괄목(刮目)할만하다.

왕조 모습이 제 각각이듯 민주주의 모습도 그 본질에 훼손이 없는 범위 내에서 다양할 수 있다. 조선 왕조는 세계의 수많은 여타 왕조와 비교해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518년이라는 세계 최장 존속 왕조라는 것부터가 그렇다. 때로 그것이 역사의 정체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수는 없다. 그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자정(自淨) 능력은 물론 체제를 지탱할 철학적 담론과 실천력이 있어야 가능한 영역이기에 그렇다.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대한민국에 여전히 어른거리는 조선왕조의 그늘이다.

이제는 이른바 586으로 불리는 세대와 조선 사림(士林)은 여러모로 닮았다.

그 가장 근본엔 도덕적 우월감이 자리한다. 이제 오늘 우리 모습으로 돌아와 보자.

현시점 한국 대통령은 당선 되는 순간부터 그 반대 측에 의해 공공연히 탄핵 위협을 받는다. 야당과 언론으로부터 일정기간 비판을 유예 받을 허니문 기간도 없다.

이제 임기를 시작한 대통령을 앞에 두고 차기지도자에 대한 지지도를 얘기하는 것도 기이한 일이다. 대통령은 당선되는 순간 정파를 떠나 모든 국민의 대표이자 국가원수라는 것이 상식이지만 조선 후기 왕들이 한 정파의 왕으로 군림한 모습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노론(老論)은 경종(景宗)에게 신하의 의리가 없다.”는 말은 곧 ‘영조(英祖)는 노론의 왕’이라는 의미의 다른 버전이다. 현재 한국 대통령 모습은 과연 그것과 다른가?

적폐청산과 정치보복은 그것을 정의하는 사람의 위치와 이해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지만 동일한 메커니즘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권력에 의해 작동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어떤 새로운 권력도 종국적으로 과거의 권력이 된다는 것이다.

오늘 발현하는 빛은 과거 대통령이 일궈놓은 열매이고 내일 나타나는 어두운 현실은 현재의 권력자인 대통령이 타협한 비겁함의 산물이다.

그럼에도 역사는 성취와 과오가 혼재해 진행한다. 조선 시대 그 어떤 정책적 과오도 왕의 책임이 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이비 행태가 현재 구현되고 있는 것이 북한의 수령체제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택한 결과물이다. 그 책임은 국민에게 있다. 조선 왕이 그렇듯 대한민국 국민은 존엄하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같이 한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대통령이 성공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선택하지 않은 대통령이 실패하는 것은 구성원 모두의 불행이다.

장상록 칼럼니스트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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