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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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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수록
  • 전민일보
  • 승인 2009.02.11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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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연쇄살인범 ‘강호순’으로 인해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어쩌다 우리 사회가 이 지경까지 이르렀는가하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사람의 탈을 쓴 자로서 도저히 그럴 수 없다 생각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났으니, 그럴 수 없다고 우겨댈 수도 없다.

 그런데, 이 강호순이 저지른 군포여대생 사건이 해결된 것은 폐쇄회로 TV를 분석하며 7,000여대의 차량을 조사했고, 관계된 한 사람 한사람을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용의점을 가진 사람을 찾아내어 그를 심문하여 얻어진 수확이다. 그래서 과학적이면서도 발품을 들인 수사 덕분에 해결되었노라고 한껏 고무된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과학적인 수사 덕분’이라든지, ‘발품을 판 덕분’이라든지 하는 말이 쏘옥 들어가고 말았다. 그 말은 들을 수조차 없다. 왜 그럴까? 강호순의 그간 끔찍한 범죄가 군포 여대생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해결되어진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러니컬하게도, 군포 여대생 사건이 과학적이고 발품을 판 수사 덕분에 해결되었다면, 그 동안 미해결된 사건들은 과학적이지 못하고 발품을 팔지 않았다는 말이냐는 비난의 화살을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는지 그 간의 사건들이 초동수사가 미흡했기 때문에 해결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초동수사란 사건 발생 직후, 범인을 검거하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벌이는 긴급수사 활동을 말한다. 그래서 범죄현장을 수색하고 관찰하여 수사 자료를 찾고 확보하며 참고인 증언 등을 듣는 활동을 한다. 사건해결의 실마리가 될 만한 단서들을 확보하여 사건이 해결될 수 있는 기초 작업을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초동수사 매뉴얼이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왜 초동수사 매뉴얼이 필요할까? 매뉴얼에 의해서 하나하나 점검해 가노라면 빠뜨리는 것 없이 꼼꼼하게 점검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건 무엇을 말하는가? 한마디로 기초과정을 소홀히 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 초동수사 미흡은 수사라는 한 분야에만 그치지 않고 있다. 어찌 보면 우리 사회 전반적인 분야에 초동수사 미흡이라는 현상들이 널리 만연되어있는지도 모른다. 빠르게 성장한 나라라는 칭찬에 한껏 들떠서 그저 빠르게만 서두르다 보니 기초과정(초동수사과정)을 잊고 지내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과정보다는 결과물에만 집착하는 모습이 우리 사회에 모든 분야에 팽배해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이다. 결과만 나타내면 과정은 중요하지 않은 것이다.

 사람들은 입버릇처럼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라고. 왜 이렇게 말할까? 실패하면 자동적으로 성공하기 때문에? 아니다. 우리가 이 말을 지금에 있어서도 계속하는 이유는 실패의 과정들을 분석하고 살펴보며 그 원인들을 찾아내야 성공으로 바꾸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안 되는 줄 알아야, 되도록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할 때 실패가 약이 된다. 그러할 때 실패가 더욱 탄탄한 기반이 된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면서 더욱 더 단단한 결과물들이 나오는 것이다. 이것이 참된 발전이다.

 세계는 미국발 경제위기로 인하여 지구촌 곳곳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어느 나라 할 것 없이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날 것인지가 모두의 관심사다. 우리나라 역시 예외가 아니다. 어떻게 이 어려운 시기를 지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이다. 여기저기 어두운 그림자들이 점점 더 깊게 드리우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때 한마디 말을 생각해 보자. “어려울수록 돌아가라.”

 어려움 가운데 처한 우리사회가 지금 기억해야 할 말은 바로 이 말이리라. 위기를 기회로 삼아 도약하길 원한다면 우리는 이 시기를 기본을 더욱 더 단단하게 다지는 기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연쇄살인사건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들을 통해 수사의 기본을 더욱 더 다지는 기회로 만든다면 다음번에는 사건을 훨씬 더 잘 해결할 수 있으리라. 모두가 입을 모아 어렵다는 이 시기를 우리 사회의 기본을 다지는 기회로 삼는다면 우리 사회는 다음 번 위기를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가 되리라. 어려울수록 돌아가자!

민주평화통일 자문위원회  남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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