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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이 날을 목 놓아 통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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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혁명 기념일, 이 날을 목 놓아 통곡한다
  • 전민일보
  • 승인 2022.05.31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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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은《황성신문》에 실린 장지연의 논설로,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박탈하기 위해 대신들을 압박해 강제로 체결한 을사늑약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영달과 이익만을 바라고 조약 체결에 찬성하거나 이를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 대신들을 돼지와 개만도 못하다고 격렬히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대의 장지연은 어떤 일로 통탄해 할까? 아마도 동학농민혁명(이하 ‘혁명’) 기념일을 목 놓아 통곡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기념일 선정 과정에서 새로이 발견된 역사 자료들을 근거로 고창 무장기포일이 제정되어야 한다는 학계 대다수 의견을 뒤엎고, 과거 군사정권이 장려하여 설치한 기념시설들과 그동안 왜곡되어진 국민여론 조사결과를 절대기준으로 삼았으니 그 부당함이 첫 번째요. 사정이 이러한데도 대한민국에서 얼굴을 내놓고 살고 있고 그래도 지식인이라 추앙받은 이들이 이를 주도하거나 동조하였으니 이것이 그 두 번째다.

필자도 지금의 혁명 기념일을 목 놓아 통곡한다. 그런데 제정된 지 3여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통곡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기념일 제정이 과거 일로 끝나지 않고 현 세대는 물론 미래 세대에게도 크나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혁명 기념일이 가져오는 폐단 몇 가지를 언급하면 아래와 같다.

첫째, 위대한 혁명의 위상을 뒤흔든다.

일개 한 개인 집안에도 위계 질서라는 게 있다. 이것이 없다면 자중지란이 일어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물며 국가의 대사인 혁명에 있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혁명 개별 사건들 사이에 비중에 따른 질서가 없다 보니, 왜곡과 분란으로 혁명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작은 그릇(황토현 전승)에 큰 그릇(무장 기포)을 담을 수는 없다.

둘째,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

여러 지역에서 일어난 혁명 개별 사건들의 경중을 따져 거기에 합당한 지원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보니 중복 설치되거나 어떤 지역에는 국고가 과대 또는 과소 투입되고 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결국 왜곡되어진 역사는 제 자리를 찾아 갈 것이다.

이런 정리 과정에서 어떤 지역에 있어 과도하게 설치된 각종 지원 시설은 그 의미가 축소되거나 퇴색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결국 현재와 미래 세대의 몫이 된다.

셋째, 뛰어난 세계적 경쟁력을 훼손한다.

지금은 한 국가 내에서만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마디로 글로벌 경쟁 시대다. 혁명의 위대한 평화정신과 인류공동체 상생정신을 소중히 하지 않고, 전투 승전을 얼굴로 내세운 것은 혁명의 경쟁력을 축소시키는 자책골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한복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이 한복을 자기 고유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배경에는 우리가 경제성과 편리만을 앞세워 너무 한복을 터부시하고 외주화함으로써 중국 한복 기술자가 많이 양성되도록 빌미를 준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로 뽑히고 있다.

혁명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사적으로도 첫 번째로 손꼽히는 대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이기주의에 매몰되어 이러한 혁명의 위대한 정신을 우리 스스로 축소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면서, 이 시대의 장지연들이 또다시 대성통곡하는 일이 없도록 울력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전민중 고창군청 상하수도사업소팀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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