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 지사 컷오프 소문 오래전 알고 있었으나 현실화 될지 상상조차 못해
송 지사 ‘결과 달라지지 않기’에 재심 신청 반대했으나, 지지자들 강행
송 지사 재심결과 이전 정계은퇴 결심, 지난 17일 지지자들에 뜻 밝혀
지난 18일 정계 은퇴를 선언한 송하진 전북도지사는 ‘이렇게 될지는 1%도 생각하지 못했다’는 표현을 거듭 강조했다. 사실, 송 지사의 컷오프설은 오래전부터 제기됐지만, 경쟁 후보들의 네거티브로 지역 정가에서는 받아들여졌다. 그만큼 그 가능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 지사와 선거캠프도 설마 했지만, 지난 12일 방송사 후보자초청 토론회에 참석한 송 지사의 표정은 평소보다 어두웠다. 토론회 직전에 특정세력에 의해 공관위 등 중앙 정치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고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공교롭게도 이날 토론회에서 상대진영 후보들은 여론조사 1위 후보인 송 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가 높지 않았다. 민주당 중앙당 공관위가 지난 14일 개최됐는데, 이틀 전부터 송 지사의 컷오프가 기정사실처럼 지역 정가에 삽시간에 퍼졌다.
그동안 지역 정가에서 ‘카더라 소문’이 현실화 된 것이다. 송 지사 진영은 비상이 걸렸고, 모든 인맥과 채널을 총동원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애초 송 지사는 재심을 신청할 생각이 없었지만, 격양된 지지자들의 성화가 심했기에 마지못해 승낙했다는 후문이다.
이미 송 지사는 정계 은퇴를 결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송 지사는 중앙당에 재심을 신청하더라도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사실 선거캠프 관계자들도 재심위가 ‘인용’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을 예상했지만, 1%의 가능성에 희망을 걸었다.
송 지사의 측근들 고민도 컸다. 자칫 송 지사에게 두 번의 상처를 안겨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량화된 시스템 공천상 탈락할 사유가 없다는 확신과 결과가 달라지지 않더라도 특정세력의 공천개입 의혹은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송 지사를 설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6일 재심을 신청했고, 17일 재심위가 열렸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송 지사는 재심 결과가 나오기 두 시간 전 선거캠프 사무실을 찾아서 지지자들을 오히려 격려했다. 당시 지지자들은 눈물과 분노를 표출했고, 애써서 달래던 송 지사의 눈가도 촉촉했다고 한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를 요구하기도 했다. 고위공무원 출신인 송 지사는 전주시장 두 번, 도지사 두 번 등 16년간 단체장을 역임하면서 단 한 번도 민주당 당적을 버린 적이 없다.
지난 18일 정계은퇴 선언의 기자회견에서도 송 지사는 “마지막 한 번의 서운함 때문에 저는 당을 떠난다든지, 뒤에서 서운하거나 욕한다거나 호적이나 원적을 파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경선결과를 수용하는 것은 아니다”며 서운한 감정은 숨기지 않았다.
장명균 전 비서실장은 “송하진 지사가 유선상으로 ‘나는 괜찮네, 너무 고마웠어, 부끄럽고 미안하네’라고 말씀하셔서 아이처럼 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송 지사님을 지켜드리지 못해 너무나 죄송하다”고 말했다.
고성재 전 비서실장은 명예로운 은퇴의 모습을 만들어드리지 못한 것에 자책했다. 송 지사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원택 국회의원은 “당신들 절대 용서할 수 없다”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공천개입 의혹 당사자들에 대한 분노를 표출했다.
오재승 공보관은 “지난 17일 지지자들을 오히려 위로하고 귀가를 위해 차량에 탑승하신 송하진 지사님의 침통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어서 태어나 그렇게 많이 울어 본 날도 없다”면서 “남은 임기 동안 지사님을 잘 보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동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