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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선우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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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임선우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 출간
  • 김영무 기자
  • 승인 2022.04.12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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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소설가 임선우의 첫 소설집 '유령의 마음으로'가 출간됐다. 한국문학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이미 임선우라는 이름과 마주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2019년 '문학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임선우는 고요하고도 능청스러운 환상을 부려 놓은 소설들을 착실히 발표해 왔으며 풍경이 다른 섬들처럼 다양한 매력을 지닌 여덟 편의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냈다. 

현실은 막막하고 관계는 지난하고, 일상은 그 모든 막막하고 지난한 것들이 반복되는 무대다. 평범한 일상에 아무런 예고 없이 펼쳐지는 임선우식 환상은 ‘나’와 타인의 관계의 문을 열어 주는 매개임과 동시에 ‘나’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이해를 위한 역할로서 작용한다. 이러한 평가는 곧, 타인과 자신에 대한 깊은 이해가 소멸해 가고 있는 현실에 임선우의 소설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한 답이 되어 준다.

유령, 변종 해파리, 나무가 된 사람 등 환상적 존재들은 일상적인 사건처럼 삶에 스며 인물들을 긴긴 생각에 잠기도록 만든다. 왜 내 삶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나와 똑같이 생긴 유령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쉬이 끝나지 않는 고민들은 점점 인물의 삶 전반에 대한 고민으로 넓어지고, 독자들의 곁에도 어느새 책 속 유령이 건넨 따스한 생각들이 깊숙이 스며 있을 것이다. 

'유령의 마음으로'의 인물들은 골똘한 얼굴을 하고 있다. 다만, 소설이 시작될 때에는 자신의 막막한 현실에 매몰되어 고민이 가득한 얼굴이었다면, 소설이 끝날 때쯤에는 누군가를 깊이 생각하느라 골똘해진 얼굴이 된다. 고된 삶에 치여 무거웠던 표정이 누군가를 사랑하고 위하는 데 열중하는 얼굴로 변해 가는 것. 인물들의 내면에 이렇듯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는 미묘한 순간을, 임선우의 소설은 세밀하게 포착한다.

'커튼콜, 연장전, 라스트 팡'의 ‘나’는 돌풍에 떨어진 중국집 간판에 맞아 즉사한 뒤 이승에서 부여받은 마지막 100시간 동안 ‘나’의 염원 대신 처음 만난 유령의 꿈을 이뤄 주고자 분투한다. 아이돌이 꿈이었던 그 유령의 노래를 도시 구석구석 울려 퍼지게 하는 데 성공하자 ‘나’는 영영 모를 것 같던 자신의 꿈에 대해서도 비로소 짐작해 보게 된다. '빛이 나지 않아요'의 ‘나’는 꿈을 포기하고 얻은 직장에서 만난, 해파리로 변해 가는 고객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를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에 잠긴다. “지선 씨가 보았을 빛, 단 한 번의 빛만을 생각할 것이다”라는 마지막 문장의 다짐처럼 그 생각은 ‘나’의 삶이 잃어버린 빛까지 밝혀 준다. 김영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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