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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칭송(稱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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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칭송(稱頌)
  • 전민일보
  • 승인 2022.04.08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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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청청하다. 언제보아도 귀티가 나니 사랑스럽고 위엄스럽기도 하다.

소나무는 아주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고생대부터 몇 억년을 살아온 나무라한다. 사시장철 늘 푸른 소나무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늘 고고한 그 모습, 지조와 절개, 선비의 서릿발에 비유되기도 한다.

모진 풍상을 견뎌내고 천년의 꿈을 꾸는 솔. 숱한 시련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온 우리 민족의 기상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래서 이 땅의 나무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나무가 아닐까 싶다.

내 고향은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변산 청림(靑林). 지명만 들어보아도 푸른 숲속임을 알 수 있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깊숙한 오지마을이다.

나는 그런 산속의 대자연 속 환경에서 살면서 소나무에 대한 추억이 많다.

초등학교 때 친구들과 정월 대보름 쥐불놀이를 하면서 뒷산 입구 잔디밭에 불이 났는데, 소나무 밭으로 옮기는 순간 솔가지를 꺾어 진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다행히도 바람이 산 반대방향으로 불어왔다. 만약 산 방향으로 붙었다면 큰불이 번질 수도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나와서 겨우 진화됐으나 눈썹과 머리카락 일부가 타버렸다. 하마터면 정월대보름 불귀신이 될 수가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그때 어른 한 분은 큰 화상을 입고 병원에서 상당기간 치료를 받고 생명은 겨우 유지하게 됐다.

1950년 6·25 사변을 거쳐 9·28 수복때의 일이다. 내 고향 내변산은 낮에는 경찰이 치안을 맡고 밤에는 빨치산들이 통치하는 한국전쟁 제2의 격전지가 되었다. 그때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5백여세대의 주택이 모두 불타버렸다.

4년간의 제2의 한국전쟁이 끝남과 동시에 피난생활을 마감하고 고향에 돌아왔다. 폐허가 된 집터는 잡초만 무성하였다.

그때 피난민으로 귀향한 주민들은 잠자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응급수단으로 쭉쭉 뻗은 소나무를 베어 우물정자형(井字型)집을 짓고 들어갔다. 난민촌의 생활보다 훨씬 비참한 생활이었다. 그때 임시 움막집을 짓는데 쓰인 소나무는 정말 은혜스러운 나무다.

소나무는 장점이 많은 고고한 나무다. 오죽하면 송죽지절(松竹之節)이란 명구까지 있겠는가! 소나무같이 꿋꿋하고 대나무 같이 곧은 절개를 표현하는 말이다.

예부터 시인묵객들은 세한삼우(歲寒三友)라 하여 으레 소나무, 대나무, 매화를 시·화제(詩·畵題)로 삼아 즐기며 발표했다.

여름보다 겨울 소나무가 운치를 더해준다. 겨울 하늘을 구도(構圖)로 서 있는 소나무는 고절(孤節)한 빛을 드리운다. 눈이 내리는 날은 흰 빛에 반사되어 홀로 푸르디푸른 빛을 띤다. 추사 김정희 선생의 <세한도> 역시 겨울 소나무의 격조를 잘 그려내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산림 중 40%를 차지하고 있다는 소나무의 주 원산지가 어디인지 몰라도 소나무는 옛날부터 우리의 삶 속에 늘 함께 해 왔고, 한국인이 가장 애호하기에 우리 겨레의 나무처럼 생각된다.

우리 선조들은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며 솔가지로 불을 지폈고, 소나무 껍질에서 송화까지 먹을거리를 얻기도 했다.

곧 사람은 소나무아래서 태어났고, 죽어서는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산에 묻히니,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의 신세를 짓는다.

우리 민족은 어떤 나무보다 고결한 기상과 웅장한 기품이 있는 소나무를 애호하고 소중히 여겨왔다. 겨울이 와도 의연한 자태로 서 있는 꿋꿋한 소나무의 모습에서 옳은 일을 위해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는 선비정신을 배웠기 때문이다.

또한 나무 중 소나무가 으뜸으로 백목지장(白木之長)이라는 말과 함께 소나무에 관한 시를 짓거나 그림을 그리며 의연한 선비정신을 갈고 닦았다.

얼마 전 뉴스에서 백여 년이 지나면 우리나라 소나무의 40%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보도를 접했다. 지구온난화가 주 원인이라 한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고 하니 여간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소나무가 없는 산을 상상해보면 얼마나 황량해지겠는가. 자연의 보존은 지구인 모두의 지혜를 모아야 할 선결문제가 아니겠는가!

우리나라는 일제의 무자비한 산림자원수탈과 6·25전쟁 이후에도 남벌이 성행하면서 전국의 모든 산이 민둥산으로 변해버렸다. 그 뒤 정부에서는 1960년대 후반부터 대대적인 조림사업에 들어갔다.

현재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산림율이 핀란드, 일본, 스웨덴에 이어 4위에 오른 것은 조림사업의 큰 성과다. 조림사업 중 최고 많이 식재한 나무 중 소나무가 40%로 비중이 가장 높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소나무의 재선충이 발생하여 멀쩡한 소나무가 죽어가고 있다. 산림당국이 재선충을 방지하기 위하여 방제에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봄철이면 산불로 인해 수십 년 된 소나무가 타죽어 가고 있으니 가슴 아픈 일이다.

소나무는 우리 민족과 고락을 함께 해 온 유산이자 자원이다. 사람이 세상에 나와선 솔가지로 금줄을 걸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다가 소나무 관에 들어가 생을 마감한 뒤 숲속에 묻히는 게 인간사 철칙이다.

소나무를 잘 가꾸어 산을 푸르게 하고 산림자원을 마련하여 귀중한 목재로 쓸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소나무를 사랑하자

고재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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