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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속 비대면 진료·상담 사각지대 놓인 청각장애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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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속 비대면 진료·상담 사각지대 놓인 청각장애인들
  • 홍민희 기자
  • 승인 2022.03.24 2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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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진자가 도내에서도 만명 단위로 쏟아지면서 비대면 진료와 상담조차 여의치 않은 농아인들 사각지대 내몰려
- 그나마 젊은 농아인들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보건소와 소통하지만 60세 이상 어르신들은 오는 전화도 받을 수 없어
- 통상 농아인들이 진료를 받으려면 보건소와 수어통역인, 그리고 농아인이 3자 화상통화로 만나야 하는데 전화연결조차 쉽지 않아
- 전주시수어통역센터 관계자 "당장 전화연결조차 쉽지 않아 아픈채로 참는 경우도 많아...차라리 계절감기로 선포돼 격리라도 풀리면 좋겠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전국에서 만 명을 넘어서고 전북에서도 역대 가장 많은 301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사흘째 최다 확진 기록을 보이고 있는 26일 전주시보건소 덕진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으려는 시민들이 온 종일 붐비고 있다.   백병배기자

"영상통화를 하려면 수십번은 시도해야 하는데 누가 진료를 받겠어요. 그냥 혼자 끙끙 앓고 말죠." 

폭증하는 코로나19 확진자를 감당하기 위해 지난달 부터 비대면 진료·상담이 진행되고 있지만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는 청각장애인들은 아예 전화 접근조차 쉽지 않아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전주시에서 수어통역을 담당하고 있는 이모(40)씨는 요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원래도 농아인들의 손과 발이 되어주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불붙듯 커지면서 농아인들 사이에서도 확진자가 연이어 나와 업무가 배가 된 것이다.

비장애인들은 코로나에 확진된 순간부터 자신이 원하는 때에 전화를 걸어 증상을 말하고 약을 어떻게 수령할 지도 정할 수 있지만 농아인들에겐 수어통역사 없인 단 한 과정도 여의치가 않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 농아인들의 경우 기저질환자들도 많아 집중치료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잦은데 보건소와도, 병원과도 원활한 연락이 되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이씨는 "확진자 폭증에 비장애인들도 수십통을 해야 전화가 된다는데 농아인들은 수화통역이 필요하니 더더욱 전화연결이 힘들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제로 농아인이 비대면 진료를 받기 위해선 의료기관과 수어통역사와의 3자 영상통화로만 가능하다.

그나마 스마트기기 사용에 능한 젊은 농아인들의 경우 자신의 증상 등을 문자메시지로라도 수어통역사에게 전달하고 있지만, 수어통역사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스마트기기 사용에 서툰 고령의 농아인들은 이 방법 외엔 진료를 받을 길이 없다.

하루에 한 두명의 확진자가 나오던 때엔 이러한 빈틈도 보완할 수 있을 정도의 인력과 시간이 확보됐지만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선 약자부터 소외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세심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전주시수어통역센터 관계자는 "요즘처럼 보건소나 병원에 전화조차 힘들땐 우리같은 비장애인들도 답답한데 이분들은 오죽 답답하시겠느냐"며 "시에서도 상황을 알고 있지만 인력이 태부족이어서 함께 돕는다는 마음으로 상황을 헤쳐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에선 차라리 얼른 계절감기로 선포돼 격리라도 풀려 병원 진료라도 원활히 볼 수 있길 바랄 뿐이다"고 전했다.

홍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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