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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제조업이 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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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제조업이 넘고
  • 전민일보
  • 승인 2009.01.21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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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이 치열한 경쟁세계에서 원가는 높고 생산성은 아주 낮으며 주력제품도 진부화(陳腐化)해 있고 사업 영역도 한계에 이른 기업이 돈을 많이 번다면 누구나 놀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놀랄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도 법인세 고액납세 1백대 기업 중에서 3분의 1이상이 바로 이런 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이런 놀라운 기업이 바로 은행 단자회사 등 금융기관이다. 지난해 고액납세 1백대 기업 중 34개가 금융기관이고 특히 상위 20개 기업 중 9개를 은행이 점유하고 있다. 더욱 특기할 것은 고액 납부실적 1위와 2위를 은행이 차지한 것이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수출 위주의 경제를 구축하며 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기본명제를 생각하면 이는 결국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딴사람이 번다는 격으로 제조업에서 노력한 성과가 결과적으로 금융기관의 수익으로 나타나고 잇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우리 경제에서 가장 낙후(落後)한 부문 중에 하나를 꼽으라면 금융부문을 들 수 있다. 우리와 외국 금융기관 경영실적을 비교해 보면 이는 더욱 설득력을 지니게 된다. 우리 은행의 생산성은 일본 은행의 5분의 1 심한 경우 10분의 1에 해당되는 낮은 수준이고 또한 신용 위주나 사업계획의 유망성에 따라 대출해 주는 외국은행의 관행과 달리 담보대출 위주의 후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제까지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시달려온 우리 제조 기업들은 금융의 악조건을 하나의 주어진 여건으로 받아들여 금리불문, 금액불문, 기간불문의 세 가지 불문율(不問律)하에서 금융기관의 업신여김을 감수하며 사업을 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 산업을 정부의 철저한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해 다른 제품과 같이 개방과 더불어 자유롭게 수입되지 못하고 국내 금융기관들 끼리 주로 경쟁하고 있다.
  또한 정부의 금융규제는 금융제품의 종류부터 예금금리, 대출금리 심지어 금융 관행까지 명시하는 정도로 심화되어 결국 은행 간의 경쟁이란 무의미하게 되었고 규제와 협약에 의한 불공정 경쟁 관행이 은행들 간에 자리 잡게 되었다. 이러한 금융기관의 저생산성은 결국 우리의 제조 기업들이 감당하게 되고 이는 우리 경제의 경제력을 낮추는 결정적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인들의 추정으로는 은행의 비능률로 인해 일반 기업들이 2% 정도의 금리를 추가로 부담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영업하는 외국은행들이 총자산 이익률의 국내은행의 3.5배인 것을 보면 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이제는 금융시장도 단순히 국내 상황에만 관련되는 것이 아니고 급속히 세계경제 속에 하나의 금융시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비능률적인 금융기관들이 쇠퇴하지 않고 오히려 20대 고액납세 기업이 되고 결과적으로 높은 금리가 제조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다면 이 모든 책임은 이제까지 금융부문을 완벽하게 규제해온 정부당국에 있다.
  결국 우리 금융부문이 자생력(自生力)을 가지고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규제를 풀고 경쟁을 조장하는 방법 밖에 없다. 주민등록 등본이나 인감증명 제출 등을 간소화하는 행정규제 완화도 필요하지만 금융부문의 규제를 완화해 경쟁시키는 것은 인감증명의 간소화 보다 천배 만배 큰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하겠다.


허성배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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