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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죄를 덮는 죽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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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로 죄를 덮는 죽음 문화
  • 전민일보
  • 승인 2021.12.15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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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기 전에 일부 피의자들이 자살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왜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는 걸까. 검찰 조사가 두렵고,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 심리적 불안감 때문일 것이다. 수사 중 겪은 모욕감을 삭이지 못해 욱하는 심정으로 결행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회적 이목이 집중된 사건의 경우 조사를 받기 전부터 피의자는 죄인이나 다름없는 신세가 된다. 거기에 더해 조사 전에 집과 직장에 대한 압수수색이 들어가면 피의자들이 겪는 심적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엔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범죄의 기소 여부를 독점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검찰. 수사를 지휘하고 종결하는 권한도, 심지어 직접 수사권도 쥐고 있었다. 무엇보다 검찰권을 공정하게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검찰은 정치적 사건에서 특정 정당이나 정파에 유리하게, 여당과 야당에 상이한 잣대를 가지고 수사를 한 적이 있다. 수시로 정권의 입맛에 맞춰 비판 세력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무리한 기소를 강행하고 정권에 부담이 될 만한 사건에 대해서는 불기소 처리했다. 이른바 정치검찰의 행태이다.

심지어 전직 검사들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조사를 받게 되면 심적으로 크게 흔들린다고 한다. 그만큼 검찰의 위세는 하늘을 찔렀다. 그러니 일반인들은 검찰청에 출두해 수사를 받을 때 얼마나 큰 심적인 부담을 느끼게 될까. 수사 과정에서 폭언과 폭행도 서슴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러나 피의자가 검찰 조사를 앞두고 죽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다. 죽으면 끝나고 모든 것이 덮어지는 게 아니다. 물론 피의자가 죽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인한 수사가 종결된다. 하지만 피의자가 자살하면 죗값을 치러야 할 사람이 죗값을 치르지 못하니 피해자 가족들이나 피의자와 얽힌 다른 피의자의 죄를 밝혀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대장동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현 포천도시공사 사장)이 최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 전 본부장의 죽음으로 대장동 사업 ‘윗선’의 실체 여부를 밝히려 했던 검찰의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그가 스스로 삶을 포기한 것은 불행하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이 흐지부지돼선 곤란하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 도시개발공사 재직 시절 유동규 전 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공사 내 2인자를 뜻하는 ‘유투’로 불린 인물이다. 그만큼 공사 안에서의 영향력이 컸다는 얘기이고, 대장동사업 비리에도 깊숙이 간여한 의혹을 받아 왔다.

유 씨는 화천대유 관계사인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로비 명목으로 2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2015년 대장동 사업 공모지침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갑자기 사라진 이유, 황무성 전 성남도개공 사장의 사퇴를 압박한 ‘윗선’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중요 수사대상이었다.

문제는 여야 모두 특검 도입을 외치고 있지만 국회 협상은 감감무소식이다.

수사 대상부터 특검 임명방식 등 특검의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특검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라도 조속히 특검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도 “특검을 해야 할 이유가 분명해졌다”고 했다. 이제 협상만 남았다. 여야는 오로지 진실을 밝히겠다는 자세로 조속히 특검 협상에 나서야 한다.

그러나 특검을 거론하기에 앞서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 있다. 일부 사람들이 검찰 조사를 앞두고 죽음을 결행한 의도를 말이다.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쓰고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자살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자신의 죄가 밝혀지면 그 후과가 두려워 자살하는 사람도 있다. 얼마나 억울하면 자살까지 했겠는가, 얼마나 두려우면 자살을 했겠는가, 두 부류가 있다.

억울해서 자살을 했다면 동정심이 일어나지만 죄가 두려워 자살을 했다면 죽어서도 욕을 먹는다. 자살은 결코 옳은 방법이 아니다. 타인의 생명을 뺏는 것은 살인이지만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끊는 것도 자기 살인행위이다. 자살은 속죄가 아니라 죄악이다.

지은 죄를 덮기 위해 자살을 했다면 더욱 엄중한 비판과 정죄를 당할 것이다.

자살로 죄를 덮는 죽음 문화는 사라져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살아서 그 죄에 합당한 죗값을 치르고 참회하며 사는 것이 인간적인 도리이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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