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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랄랄 여중생 환불과 금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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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랄랄 여중생 환불과 금붕어
  • 전민일보
  • 승인 2021.10.08 1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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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72만명의 인기 유튜버 BJ 랄랄(본명 이유라)이 여중생 고액 별풍선 환불 에피소드를 지난 9월 3일 ‘지금까지 쏜 별풍선을 환불해달라는 시청자’라는 제목으로 게시했다. BJ 랄랄은 자신의 찐팬(진정한 팬) 중2 여학생이 쏜 별풍선 140만원을 환불해달라는 여학생 언니의 간절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환불 요청을 거절했으며 “미성년자라는 이유만으로는 (별풍선 후원을) 취소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필자가 초6 때의 일이다. 서울 미아4동 단독주택에 살았는데 마당에 제법 큰 연못이 있었다. 연못에서 키울 물고기를 사기 위해 미아삼거리 대지극장 근처 수족관에 갔다. 눈에 들어온 건 평범한 금붕어가 아니라 정말 화사하고 큰 고급금붕어였다. 무엇보다 그 금붕어가 산란을 앞두고 있어 더욱 탐이 났다. 문제는 가격이 너무 높았다는 것이다.

당시 부모님이 시골에 사시는 관계로 몇 달 치 용돈을 미리 받을 수 있었다. 그 용돈을 다 털어서 기어이 금붕어 한 쌍을 샀다. 연못에서 키울 생각에 ‘룰룰랄랄’하며 집으로 왔다. 아뿔사! 어머니가 마침 집에 오신 것이 아닌가. 어머니의 추궁 끝에 금붕어 가격을 말할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의 놀란 표정에 사달이 났음을 깨달았다.

아들을 앞세우고 수족관을 찾아가신 어머니는 금붕어를 돌려주고 환불을 받으셨다. 당시 나는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쥐구멍에 숨고 싶은 심정이 있다. 금붕어 반품으로 수족관 주인아저씨에게 죽을죄을 지은 것 같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어머니에게 못난 모습을 보인 것이 죄송스러웠다. 어머니는 그 사건을 누구에게도 말씀 안 하셨고 나에게 꾸짖지도 않으셨다.

고3 때의 일이다. 학력고사를 끝내고 친구 최진기(오마이스쿨 대표)와 중랑동에서 설탕뽑기 장사를 한 일이 있다. 코흘리개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벌였는데 생각보다 수입이 짭잘했다. 우리가 동네에 나타나면 아이들이 “와, 뽑기아저씨다!”며 우리를 졸졸 따라다녔다. 아이들은 있는 돈을 다 가지고 와서 뽑기 놀이에 열광했다.

어떤 아이는 집에서 생연탄을 가져오기도 했고, 또 다른 아이는 불타는 연탄으로 뽑기 10개와 물물교환을 했다. 얼마나 장사가 잘되는지 동전이 쏟아지는 꿈까지 꿨다. 지금도 사람들에게 ‘진기’와 했던 진기한 경험 썰을 풀어놓는다.

사실 나는 랄랄의 열렬한 팬이다. 그의 유튜브영상은 참 재미있다. 진솔하고 겸손한 그의 이야기와 재미있는 리액션은 소소한 행복을 준다. 그런데 이번 여중생 환불 거절 썰은 나에게 여러생각이 들게 했다.

다 알다시피 아이는 미성숙한 존재이다. 전전두엽이 다 자라지 않은 상태라 이성적인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다. 특히 사춘기는 전혀 다른 인격체라고 말할 수 있다. 어떤 이는 외계인이라도 하고, 또 다른 이는 미개인이라고도 한다.

문명국가에서 아이가 그 어떤 죄를 범해도 처벌을 하지 않는 이유이다. 나도 그랬고 랄랄도 그랬다. 어릴 때의 행동과 말은 어른의 그것과는 전혀 다르다. 더구나 그 여학생은 랄랄의 팬페이지도 운영할 정도로 찐팬 중의 찐팬이다.

코흘리개들 상대로 장사를 벌인 게 사실 부끄러운 일이다. 불타는 연탄을 집에서 가져온 아이에게 뽑기 10개를 준 것은 도덕적으로 크게 지탄받을 일이다. 갑자기 방바닥이 차가워진 것을 안 부모는 얼마나 황당했겠는가? 그리고 어린애가 위험하게 불타는 연탄을 가져오도록 부추긴 내 잘못은 두고두고 욕먹을 짓이다. 여담으로 그렇게 번 돈은 매일 저녁 술값으로 다 날렸고, 너무 추운 날씨 관계로 오래 장사하지 못했다.

고급금붕어를 반품할 때 나는 가게아저씨에게 너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그가 사과했어야 옳았다. 철없는 아이에게 고가의 금붕어를 파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랄랄의 처신을 비판하는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니다. 그는 여학생 언니의 쪽지를 공개하고 공론화했다. 한없이 부끄럽고 수치스러운 그 소녀의 입장을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그런 어처구니없는 영상을 안 만들었을 것이다. 실명만 공개 안했지 그 소녀는 마녀사냥을 당한거나 다름없다. 그 소녀의 눈물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만약 그 수족관 아저씨가 나에 대한 교육 차원에서 환불을 거절하고 대지극장에서부터 미아4동까지 ‘철없는 아이’의 이야기를 퍼뜨렸다면 어땠을까? 아마 어린 나로서는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상상하기조차 싫다. 그건 탐욕을 숨긴 꼰대질일 뿐이다. 논란이 일자 지난 15일 랄랄은 후원했던 소녀 집을 찾아 후원금 모두 돌려주었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다행이다.

한승범 한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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