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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우산 의전’, 논란의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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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우산 의전’, 논란의 진실
  • 전민일보
  • 승인 2021.09.01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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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전(儀典)이란 일정한 법식을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평화스럽게 하는 기준과 절차다. 우리의 일상에서 개인 간의 관계를 규율할 때 적용하면 ‘예절’이라 하고, 일정하게 틀을 갖춘 조직단위, 국가, 또는 국제간의 공식적 관계에 적용할 때는‘의전’이라 부른다.

오늘날의 의전은 행사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며, 국민의례, 국기 게양과 같이 국가 상징에 대한 예를 갖추는 것도 광의의 의전이라 할 수 있다.

의전은 동양에서 먼저 태동했다. 기원전 11세기경 중국에서 백성과 제후를 다스리는 군자의 지도 원리로서 ‘예’를 내세웠으며 그 기원은 주나라에서 시작한다. 우리나라는 조선 통치 500년간 국가의 통치 이념이자 사회 질서의 축으로서 ‘예’가 강조되었다.

지난달 27일 강성국 법무차관이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 입국자 390명에 대한 국내 정착 지원 방안을 브리핑했다.

브리핑은 야외에서 진행했는데 비가 시간당 10mm 안팎 내리고 있었다. 강 차관 뒤에서 법무차관실 보좌진 한 명이 아스팔트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우산을 든 손을 머리 위로 뻗었다.

뉴스에서 보도하기를 직원은 빗물에 젖은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고 10분 정도 있었다고 한다. 양복은 비로 흠뻑 젖어 있었다. 팔과 무릎과 다리도 아팠을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뭐 저따위 의전이 있나’ 싶어 순간 화가 나기도 했다.

직원의 무릎 ‘우산 의전’ 모습이 보도되자 시민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네티즌들은 “비가 오면 실내에서 해도 되는데 굳이 밖에서 하나”, “지금이 조선 시대인가”, “차관이 상전이냐”, “옆에 서서 우산을 들어주면 권위가 떨어지나”, “자기가 우산을 받고 하면 안 되나”, “저래 놓고 무슨 사람이 먼저냐”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특히 일부 언론에서는 “대통령도 자기 우산은 자기가 든다”, “북한 김정은도 직접 우산을 든다.”라는 표현을 하며 강 차관의 인성을 공격했다.

온라인 비판은 계속됐다. 비슷한 상황에서 다른 국내외 정상급 인사들이 보여준 태도와는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직접 우산을 든 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리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추모와 애도의 날’에 폭우를 맞으며 무명용사의 묘에 헌화하는 모습이 화제가 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진실은 다른 데 있었다. 실내에서 실외로 행사 장소 변경을 요구한 것도, 옆에 서 있던 직원을 비키라고 요구한 것도, 뒤에 섰을 때 자세를 낮춰 앉으라고 요구한 것도, 결국 직원의 무릎을 꿇게 만든 것도 모두 기자들이었다.

당시 현장 취재를 했던 인터넷 매체인 ‘충북인 뉴스’ 최현주 기자에 의하면 브리핑이 시작될 즈음, 강 차관 옆으로 우산을 든 법무부 직원이 나타났다. 처음에는 옆에 있었는데 모 방송국 기자가 직원에게 자세를 더 낮추라고 요구했다. 직원은 곧바로 자세를 낮췄고 엉거주춤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뒤로 가라고 요구했다. 직원은 자신의 몸과 손이 카메라에 나오지 않게 하기 위해 몸을 점점 낮추며 이런 자세, 저런 자세를 취하다 결국 가장 편한 무릎을 꿇는 자세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필자도 논란이 된 브리핑 영상을 봤다. 영상에서는 ‘더 앉으세요’, ‘더 앉으세요’라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기자들이 이렇게 시켜 놓고 딴전을 피우다니, ‘황제 의전’의 수혜자는 강 차관이 아니라 언론이었다.

물론 국민들의 눈에는 법무부나 기자들이나 무릎을 꿇은 당사자나 모두 잘못된 것이다. 무릎 꿇은 사진이 민망하고 꼴사나운 모습으로 비쳤다. 그래서 처음부터 아예 천막을 치고 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의 제공자는 기자들이었음에도 강 차관은 ‘황제 의전’을 받은 ‘갑질 상사’가 됐고 사퇴 압박까지 받았다. 결국 강 차관은 “직원의 노력을 미처 살피지 못한 점에 송구하다”며 사과했다.

“정책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해도 의전에 실패한 공무원은 용서받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업무 능력보다 상관의 눈치를 보며 비위 맞추기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로 들린다. 국가 공식행사 등에서 통용되는 예법을 일컫는 의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예시한 말이다.

과거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공과는 위에서 아래로의 권위주의 타파였다. 그것이 우리 사회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만약 아직도 일부 공직 사회의 잘못된 관행, 즉 권위주의가 잔존한다면 즉시 버려야 한다. 권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를 계기로 의전도 바뀌었으면 한다. 높은 사람들은 직접 우산 쓰기, 차 문 직접 여닫기, 의자 손수 빼고 앉기 등 솔선수범을 보여야 한다.

신영규 한국문화해외교류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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