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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가 주는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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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사태가 주는 교훈
  • 전민일보
  • 승인 2021.08.2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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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정부가 이슬람 무장 조직인 탈레반에 허망하게 항복했다. 지난 5월 미군이 철군을 시작한 이후 탈레반이 대대적인 공세를 펼친지 3개월 만이다.

이 과정에서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에 점령당하자 탈레반의 폭압을 피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카블 국제공항으로 몰려들면서 공항은 그야말로 마비 상태에 빠졌다. 항공기에 먼저 오르려고 아우성을 치며 난투극을 벌이고, 일부는 이륙하는 비행기 바퀴에 매달렸다가 여러 명이 추락해 숨지기도 했다.

이에 앞서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은 수도 카불이 함락 직전에 몰리자 자기만 살겠다고 돈다발을 싸 짊어지고 아랍에미리트(UAE)로 망명했다. 이제 아프간에선 탈레반이 20년 만에 재집권을 눈앞에 두고 있다.

아프간 정부군은 왜 탈레반에 무릎을 꿇었는가. 권력층의 분열과 무능, 부패 때문이다. 아프간 정부군은 서류상 30만 명이었지만 실제로는 월급만 받아가는 ‘유령 병사’가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미국이 지원한 국방비는 대부분 지도층이 빼돌렸다. 심지어 군인들도 탈레반에 무기를 팔아먹을 만큼 국가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간이 망하지 않는다면 정상이 아니다.

탈레반은 국제적으로 악명높은 테러집단으로 각인돼 있다. 특히 우리에게는 더욱 섬뜩한 존재들이다. 지난 2007년 7월 분당 샘물교회 성도들이 선교활동을 하러 아프간에 입국했다가 탈레반에 납치돼 40여 일간 감금당하며 그중 두 명이 끔찍하게 살해당했다. 이 사건은 한국교회 선교의 방향성에 큰 충격파를 던져줬다.

SNS(카톡)에 떠도는 동영상에는 아프가니스탄의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 정부군 특수부대원 22명을 공개 장소에서 총살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상을 보고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손을 뒤로 묶고 무릎을 꿇린 상태에서 총으로 온몸을 난사하자 몸에서 붉은 핏물이 땅을 흥건히 적시는 장면은 그야말로 전율이 오싹하다. 인간생명이 마치 낙엽 지듯 쓰러지는 모습이 한없이 서글프다.

또 이슬람 전통복장인 부르카를 입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레반이 한 여성을 총으로 쏴 죽인 사진도 있다. 그 여성은 피범벅이 된 채 길바닥에 숨져 있었다. 시신을 부모가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가엾다. 이날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슬람 율법이 보장하는 범위에서 여성 인권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런 발표가 나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부르카를 안입었다고 여성이 살해된 것이다.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어떻게 같은 국민을 그토록 잔인하게 쏴 죽인단 말인가.

아프간 참상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1975년 남베트남 패망 때 ‘사이공 함락’ 장면을 떠올리게 할 만큼 기시감(旣視感)이 들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 월남은 같은 민족인 공산주의 월맹과 대화하고 협력하면서 평화통일을 주장하는 여론이 번져갔다. 하지만 공산 월맹은 자유 월남을 속이고 꾸준히 남침 준비를 해왔다.

특히 월남은 미군의 강력한 군사지원과 월맹군보다 100만 이상의 수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쉽게 무너졌다. 쫓아가는 월맹군보다 도망가는 월남군이 배 이상 많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월남은 자국 내 월맹파들이 날마다 반정부 데모를 하고 각종 민간단체로 위장한 공산주의자들이 나라의 여론을 분열시켜 월남 패망을 앞당겼다.

아프간 패망은 강 건너 불구경이 아니다. 최근 북한이 핵·미사일로 위협하는데도 정부는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한미연합훈련 폐지’요구에 맞장구를 치며 훈련을 축소했다.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를 외치는 세력도 있고, F-35A 스텔스기 도입 반대 청주 간첩단 사건은 온 국민을 경악과 충격에 빠뜨렸다.

아프간의 비극에서 얻을 교훈이 뭘까.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아프간군이 스스로 싸우지 않는 전쟁을 미국이 대신 싸워 줄 수 없다.”고 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자기 안보를 지키려는 의지가 없는 나라를 끝까지 보호해 줄 우방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자기 나라를 지킬 수 없는 군대는 파멸을 자초할 뿐이다.

우리는 ‘제2 베트남’이라는 오명을 자초한 아프간을 반면교사로 삼아 국가 안보를 튼튼히 다지려는 정신무장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과 정치권 모두 분열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 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

한미동맹을 강화함은 물론 주변국의 도발을 응징할 수 있도록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야 한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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