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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가지본(讀書起家之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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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기가지본(讀書起家之本)
  • 전민일보
  • 승인 2021.08.04 1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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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나라 중에서 독서율이 가장 하위라는 보도가 믿기지 않았다. 각 나라의 독서율을 어떤 방법으로 산출하는지, 잘못된 통계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찍이 학문을 숭상하고 글 읽기를 좋아했다.

옛 어른들은 독서기가지본(讀書起家之本) 즉 글을 읽는 것이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라고 했다. 집안에서 나는 듣기 좋은 소리로 갓난아이 우는 소리, 자식들의 책 읽는 소리와 길쌈으로 베 짜는 소리, 이 세 가지를 삼희성三喜聲이라고 했다. 그래서 청소년이나 젊은이들은 글을 열심히 읽는 게 효도하는 길이라 생각하고 책을 많이 읽었다.

옛 어른들은 책을 읽을 때 의관을 정제하고 바른 자세로 앉아 대부분 소리를 내어 읽었다. 소리도 그냥 내지 않고 운율에 맞추어 낭랑하고 구성지게 읽었다. 어린 시절 어른들의 책 읽는 소리와 시조 읊는 소리를 구분하지 못했다.

책 읽는 소리가 시조 하는 소리와 비슷했다. 일일불독서구중생형극)一日不讀書口中生荊棘) 즉 하루라도 글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는다고 안중근 의사는 휘호를 남겨 독서를 권장하기도 했다.

다산茶山선생이 유배지에서 아들들에게 보낸 편지를 보면 구구절절 책을 읽으라 한다. 독서의 중요함을 이보다 더 절실하게 표현한 글은 보기 드물다.

나는 책 읽기를 좋아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서 농사일을 거들 때, 삼국지를 읽다가 날이 밝아오는데 걱정이었다. 모내기하는 날이어서 할 일은 많은데 책 읽기를 중단하기가 싫었다. 신발을 감추고 책과 양초를 들고 벽장 안으로 들어가 아침밥은 물론 점심도 굶고 책을 읽었다. 해 질 녘에야 밖으로 나와 부모님께 크게 꾸중을 들은 적도 있었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책 읽기를 권장한다. 직장생활을 할 땐 명절이나 외국 여행을 다녀오면 같이 근무하는 동료직원들에게 책을 선물했다. 동료직원들이나 친구들의 자녀 결혼 주례를 할 때면 항상 주례사 말미에 책 읽기를 당부한다.

신혼부부에게 매월 서로에게 좋은 책을 선물하고 바꿔 읽으라고 한다. 그리하면 부부간에 대화의 소재가 많아 의사소통이 잘되어 금슬이 좋아진다.

부모님이 매월 좋은 책을 선물하고 읽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독서는 물론 공부도 잘하여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이다.

요즘엔 직장인들도 책을 많이 읽는다. 내가 근무했던 임실군청 공무원들은 ‘다독다독’이라는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매주 한 권씩 책을 읽고 토론하고 그 내용을 책으로 발간하기 한다. 나이 드신 분들도 책을 많이 읽는다. 정년퇴임 뒤 각 대학의 평생교육원과 사설 교육원 또는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기도 하고, 글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많다.

제사를 지낼 때면 지방에 특별한 벼슬을 하지 않은 사람은 ‘현고학생부군신위’라 쓴다. 살아서는 물론 죽은 뒤에도 배우는 학생으로 남고 싶었던 염원의 표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듯 우리는 책 읽고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민족이다.

나는 우리가 일제 식민지에서 벗어나, 6·25 전란을 겪고도 짧은 기간에 눈부신 경제 발전을 이룩한 힘은 국민의 강한 지식 탐구욕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아는 것이 힘이다. 배워야 산다.’는 표어를 내걸고 공부에 힘써온 국민이다.

전답을 팔아서라도 자식 교육에 매진했다. 그런데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독서율이 최하위라는 불명예를 받았다니 창피한 일이다.

독서를 게을리 한 민족은 장래가 밝지 않다. 정부 관계 부서에서는 독서량 산출을 어떻게 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불명예를 벗어나기 위한 시책들을 마련해야 할 것이며, 우리 스스로가 독서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최기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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