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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사태로부터의 출구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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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사태로부터의 출구전략
  • 전민일보
  • 승인 2021.06.29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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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에서 출구전략이라하면 경제위기가 일어났을 때 풀었던 돈을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면 서서히 거두어 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는 감염병사태로부터의 출구전략을 생각해봐야 할 때인 것 같다. 물론 감염병 위기가 시작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도 당면문제 해결에 힘을 쏟기보다 끝난 뒤에 선각자 소리를 들으려는 어줍잖은 학자들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한다는 세미나들을 열기도 했다.

이런 심한 표현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어떤 획기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세상이 달라지기 마련인데, 그 사태를 실제로 겪어본 뒤가 아니면 무엇이 달라졌는지 얘기할 수 없다. 그래서 예로부터 기가 막히게 들어맞은 예언서들은 대부분 후대에 조작된 것들이다.

감염병 위기는 획기적인 사건이다. 전세계적으로 백신접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면서 이제 정말 코로나 사태의 출구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 시점에서 보이는 몇가지를 짚어보자. 거시경제적인 측면에서는, 그동안 풀린 돈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큰 문제다.

풀린 돈이 정부 보조금 형태로 나간 것도 있지만, 금융권에서 싼 이자로 빌려준 돈들이 더 많다. 이로 인해 늘어난 빚들을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문제다.

중앙은행들은 인플레를 막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다시 말하여 이자율을 올리려고 한다. 미래에 가치를 더 창출할 수 없는 사양길 기업들은 빨리 망하는 게 낫다.

그러나 더 유지되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될 기업들도 함께 무너질 수 있다. 빚내서 부동산에 투자한 가계들도 문제다. 중앙은행이 진지하게 생각해봐야할 한가지 대안은 일정 기간, 이를테면 한 5년 정도, 인플레를 용인하는 것이다.

선제적 이자율정책이 아니라 관리된 인플레정책을 펴는 것이다. 인플레는 채무자에게 이익이고 채권자에게는 손해다.

그러나, 감염병 사태가 예상치 못한 재난이었으므로, 발생한 손해를 사회적으로 분담할 필요가 있는데, 채무자뿐만 아니라 채권자들도 손해를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런데 개별적 채무계약들을 일일이 재계약하기가 힘들므로 인플레를 통해 유연하게 해결하자는 것이다.

사회전반의 출구전략은 사회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만들어 간다. 이를 이해하려면 대면활동의 회복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해봐야 한다. 당연히 사적인 만남이 늘어나고, 스포츠경기, 공연 등 문화활동도 활발해질 것이다.

이에 따라 식당 영업이 회복되고, 교통이나 숙박 등 여행관련 업종들이 회복될 것이다. 이런 활동이나 비즈니스들은 대면접촉이 중요하기 때문에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크게 달라질 것들이 있다. 업무활동이다. 재택근무하던 사람들이 돌아오고, 비대면회의가 대면회의로 바뀌고, 억제되었던 출장이 재개될 것이다.

과연 그럴 것인가. 이러한 업무활동들은 원래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기 때문에, 비대면업무가 효율적이라는 걸 새로이 인식하게 된 부분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유지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기술발전에 의해 그 가능성이 이미 열렸지만,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한 번에 건너뛰는 변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대체로 보면, 대면활동 그 자체가 목적, 다시 말하여 소비인 경우에는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가는 게 더 많고, 대면활동이 수단, 다시 말하여 생산요소인 경우에는 보다 효율적인 비대면활동으로 대체되는 게 더 많을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이를테면, 구매활동의 경우 온라인구매가 대체하는 부분도 있지만, 쇼핑을 그 자체로서 즐기는 욕구를 채워주는 오프라인 매장은 유지될 것이다.

음식을 배달해서 먹을 수 있지만 레스토랑에서 데이트하고 사람 사귀는 일은 비대면으로 대체될 수 없다. BTS를 온라인으로 감상할 수 있지만 공연장에서 함께 춤추고 소리지르는 즐거움은 대체 될 수 없다.

대학생들이 강의는 온라인으로 들을 수 있지만 캠퍼스에서 학우들과 토론하며 술한잔 걸치고 젊음을 발산하는 낭만은 대체될 수 없다.

코로나사태 뒤에도 삶의 본질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삶을 영위하는 수단들은 달라질 것이다.

채수찬 경제학자,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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