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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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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 전민일보
  • 승인 2021.06.07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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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국가적으로 유의미한 인구통계가 두 가지 발표됐다. 첫째는 사망자수가 출생아수보다 많아지면서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이른바 데드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사상 처음으로 발생했다. 둘째는 수도권의 인구가 전국 비중 50%를 넘기며 비수도권 인구를 추월했다. 이는 저출산과 인구유출에 의한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를 전적으로 반영하는 지표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두 번째 통계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심화되는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심화되었고 점점 고착화되고 있다.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없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기울어진 운동장(unlevel playing field)이란 말처럼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인구뿐만 아니라 산업, 교통, 문화, 교육 등 거의 모든 분야의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된 현실 속에서 공정한 기회를 부여받기란 어불성설에 가깝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잘 알려진 마이클 샌델 교수는 최근 <공정하다는 착각>이라는 책에서 능력주의가 가지는 문제점에 대해 피력했다. 그는 실제적으로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기 어려운 현실적 제약 속에서 능력주의는 오히려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불평등한 조건과 기회에 직면한 상황에서 승자는 본인의 노력과 수고로부터 정당성을 찾아 오만해지고, 패자는 자신의 무능을 탓하며 열패감을 수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능력주의를 행정의 시각에서 바라봤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바로 공모사업이다. 공모는 말 그대로 널리 공개하여 모집한다는 뜻이다. 특정한 사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주체를 일정한 기준을 가지고 선정하고, 그 주체가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한정된 자원을 가지고 성과를 낼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공모방식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공모사업은 유사한 기준과 절차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충분한 수요가 확보되었는지 또는 기존 인프라가 많이 구축되어 있는지가 주요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보니 인구와 각종 인프라가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등 특정 지역에 공모사업이 편중되고, 반대로 인구와 인프라가 적은 지역은 공모사업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은 더욱 고착화되어 간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스포츠 경기에서도 격차를 조정하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한 조정 장치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권투, 레슬링, 씨름, 유도에서 체급을 구분하는 것, 야구, 축구에서 단계별 리그를 운영하는 것, 골프에서 핸디캡을 부여하는 것도 그러한 방식의 일환이다.

공모방식은 장점도 있지만 개선할 점도 분명히 있다. 특정한 정책 목적을 가지고 육성하고 장려해야 하는 분야는 효율성논리만 따지기 보다는 다른 기준을 가지고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균형발전정책과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기 위한 분야가 대표적이다. 이 분야만큼은 수요와 기존인프라 같은 효율성 논리외에도 정책적 필요성, 형평성 등의 기준이 보다 비중 있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이 효율성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차이이며, 공공부문이 존재하는 이유 아니겠는가?

이미 운영중인 제도에도 이러한 요소가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바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이다. 이 제도는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의 대규모 사업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통해 사업추진여부를 결정하는 것인데 경제성, 정책성, 지역균형발전 이라는 세 가지 평가 항목으로 구성된다. 균형발전 지표를 반영하는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경제성에 대한 평가가 예타를 좌지우지 하고 있다. 지역의 많은 사업은 예타라는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역균형발전의 가중치를 높이거나 현행법령상으로도 가능한 예타면제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철도, 도로, 항만, 공항 등 대규모 SOC 사업의 경우 인구가 적은 지역은 수요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 분야만이라도 우선 개선이 필요하다. 때로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새로운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의 인구감소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고자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이 지난해 개정되었고, 하부 법령인 시행령이 6월 9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 법령의 핵심은 인구 감소지역을 지정하고, 그 지역에 교통, 문화, 주택, 생활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가중치 부여를 넘어 인구감소지역 자체를 대상으로 지원한다는 점에서 균형발전 측면에서는 보다 진일보한 노력으로 평가된다. 다만 인구감소지역 지정 기준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지원을 위한 안정적 예산확보 등 후속조치가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

전라북도 인구는 5월말 기준 1,794,682명을 기록했다. 전국적인 저출생 흐름 속에서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인구감소 문제에 경각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수도권이 광역화 되면서 수도권 인근지역은 오히려 인구가 늘어나고, 다른 지역은 인구가 감소하는 인구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인구문제는 보다 종합적인 시각에서 국가와 지자체가 합심하여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절감하게 된다. 시행을 앞두고 있는 국가균형발전 특별법령 개정안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는 디딤돌이 되길 간절히 기대한다.

신현영 전라북도 기획조정실 대도약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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