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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미사일 주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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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찾은 미사일 주권
  • 전민일보
  • 승인 2021.06.0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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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미 정상회담의 큰 성과는 세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42년 만의 미사일 지침 종료로 미사일 주권 회복이다. 둘째는 백신·반도체 협력 약속이며, 셋째는 한국 기업 44조 원 미국 투자계획이다. 필자는 이중 미사일 주권을 가장 높게 평가한다. 미사일 지침이 해제되면서 한반도 안보와 국방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이 최초로 만든 지대지 미사일은 1978년 9월 26일 국방과학연구소(ADD)안흥시험장에서 시험 발사에 성공한 ‘백곰’이었다. 당시 백곰의 공개 발사가 이뤄진 며칠 후 미국 정부 인사들은 격앙했다고 한다. 곧 주한미군 사령관 등 미 국방부 안보담당자들이 국방과학연구소를 찾아와 미사일 개발 중단을 요구했다.

그들은 “탄도미사일 개발 뒤에는 핵을 개발할 것이냐?”라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1979년 7월에는 당시 주한미군 사령관이던 위컴이 노재현 국방장관에게 탄도미사일 개발을 중단하라는 공식 서한을 발송했다. 이에 대해 노재현 장관은 1979년 9월에 우리의 미사일 개발범위를 미국이 용인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겠다는 입장을 서한으로 회신했다. 이때 언급된 것이 사거리 180km 이내, 탄두 중량 500kg 이내였다.

한·미 미사일 지침은 이렇게 탄생했다. 이후 미국의 압박에 의한 한국군의 ‘미사일 족쇄’는 1979년 이후 네 차례 개정됐다. 그때마다 제한 사거리가 조금씩 늘어나기는 했지만, 여전히 800㎞ 이내로 묶여있다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완전 풀린 것이다.

미사일 지침이 해제됐으니 다행이지 미국은 42년 동안 한국에 미사일 족쇄를 채워놓고 풀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은 한국이 핵무기나 미사일 개발 등 군사 강국이 되는 것을 내심 경계해 왔다. 그것은 힘의 논리, 즉 강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맘대로 할 수 있고, 또 약자를 지배하려는 습성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미국의 비열하고 야비한 행태에 분노를 느낀다.

자기들은 사거리 9천600여㎞의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과 사거리 1만3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수천 기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에게는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42년간이나 묶어놨다. 자신들은 해도 되고 남은 해서는 안된다는 강대국의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미국은 왜 갑자기 한국에 미사일 사거리 제한을 풀어줬을까. 일각에서는 중국의 군사력 팽창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이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개발해 실전 배치하면 미국은 한반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지 않고도 중국과 러시아 견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일부에서는 우리 군의 미사일 사거리가 800㎞ 이상을 넘어가면 중국과 러시아가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는 이미 핵무기와 ICBM을 비롯해 한반도를 사거리에 넣는 중거리 탄도미사일도 개발해 실전 배치해 놓고 있다.

현대전은 미사일 전쟁이다. 개전초 미사일 공격이 전쟁의 양상과 승패를 주도할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할 때 함정에서 발사한 것이 토마호크 순항(크루즈)미사일이었다. 17년간 걸프전과 아프가니스탄, 세르비아전 등에서 사용된 것도 미사일이었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은 인명피해와 탐지 우려 없이 2천㎞가 넘는 원거리의 군 지휘소, 공군기지, 통신시설 등 지상 핵심표적을 정밀타격하는 데 약방의 감초격으로 동원돼 왔다.

이처럼 전장에서 미사일 무기체계의 효율성이 입증되면서 각국은 미사일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북한도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SLBM)을 비롯해 다양한 미사일을 보유하고 전략군 예하에 13개 미사일여단을 편성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군은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를 계기로 제주도에서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사정거리 1,000㎞ 내외의 미사일을 개발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 더 나아가 사거리 3,000~5,000㎞의 중장거리 미사일 수천발 이상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도 갖춰 주변국의 공격 가능성에 대비한 반격 능력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사거리에 구애받지 않는 1만km 이상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개발도 가능해졌다. 군과 정부도 SLBM을 탑재한 핵잠수함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한·미 원자력 협정을 조속히 개정해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도록 길을 터야 한다. 그리고 중국·일본 러시아 등이 우리의 잠재적 적국이라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만약 저들이 우리를 건드린다면 그에 상응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첨단무기로 응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현무-4, 또는 현무-5와 같은 괴물 미사일이다.

역사가 우리들에게 주는 교훈은 평화는 스스로 지킬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신영규 전북수필과비평작가회의 회장

※본 칼럼은 <전민일보>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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